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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4호 13면    2012-03-16 14:44:36 입력
[건축·문화예술촌] ⑬ [영화] 내가 사는 피부
ab강기표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아체 에이엔피
강기표 건축사(dece2436@naver.com)

제목 : 내가 사는 피부 La Piel Que Habito, The Skin I Live In

제작 : 2011 | 스페인 | 117| 국내개봉 2011.12.29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 안토니오 반데라스(로버트), 엘레나 아나야(베라), 마리사 파레데스(마릴리아)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자신의 성()과 정체성이 바뀐다면,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창고의 벽면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자신을 만난다면

사건의 인과를 중첩적으로 배치한 채 스페인 토레도의 대저택에서 시작하는 <내가 사는 피부> 창조자와 피 창조자의 인과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영화가 시작된 이래 창조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꽤 있었다. <프랑켄슈타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서부터 최근의 <가위손>, <터미네이터>에 이르기까지 감독은 피 창조물인 인간을 창조하고, 조종하고 싶은 욕망의 문턱을 기웃거린다.

 

피부 - 이미지 또는 정체성

완벽한 인공피부를 완성하기 위해 생체실험 혹은 시술을 행하는 의학박사 로버트(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목표는 복수와 상실된 피부 또는 육체(교통사고와 화상의 충격으로 자살한 부인 ’)의 부활이다. 실험 대상이자 창조의 대상인 베라(엘레나 아나야)의 신체에 대한 로버트의 집착과 베라의 숨겨진 과거는 여러 줄기로 나누어지는 복잡한 플롯이 감추고 있는 비밀의 중심으로 근접해 나아간다. 플래시백 구조를 통해 피부가 벗겨지듯 표층 아래 놓인 충격적 과거를 누설하는 이 영화는 서스펜스와 호러, 멜로드라마, SF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장르의 교배이다. 복수는 나의 것인 양 강간범은 돌이켜 강간당하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로 응징당한다.

피부 [皮膚, skin]는 동물의 체표(體表)를 덮고 있는 피막(被膜)으로서 물리적·화학적으로 외계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동시에 전신의 대사(代謝)에 필요한 생화학적 기능을 영위하는 생명유지에 불가결한 기관이라고 한다. 피부를 잃는다는 건 자신의 이미지를 상실하는 것이고, 정체성을 잃는 것이고, 생명 유지의 가능성을 잃는 것이다. 이미지, 피부(육체)의 이면에 숨겨진 정신적 유구를 숨긴 채 로버트는 베라를 자신의 완벽한 피조물로 만들어간다. 영어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사는의 의미가 ‘buy’가 아닌 ‘live in’인 것은 누군가를 그곳에서 살게 한의미가 있는 듯하다 

거친 피부 - 삶과 이야기와 문화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멀지 않은 고풍스런 도시 토레도에서 촬영된 로버트 박사의 저택은 거친 돌과 벽돌로 지어졌다. 외부마감(피부)이 되지 않은 유럽의 중세풍 건축물로 베라의 완벽한 피부, 몸매와는 달리 거친 피부를 가졌으나 매우 아름답다. 이는 건축물이 삶과 이야기와 문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크게 세 개의 공간이 대별되고 있는데, ‘베라의 방과 하녀이자 어머니인 마릴리아의 주방그리고 로버트의 실험실이자 수술실인 지하층이다. 마릴리아의 주방은 사건의 중심적 공간이자 로버트와 베라를 또는 베라와 세상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CCTV모니터(감시 또는 감상)와 덤웨이트(먹을 것, 입을 것 등이 운반된다)로 이어지는 베라의 방은 외부의 거친 외벽과는 달리 아주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 무균의 사육실과도 같다. 얼핏 보아 대리석 같았던 벽면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방의 초기 모습을 통해 옅은 푸른색 벽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베라의 요가(정신과 육체)에 대한 낙서인 것을 알게 된다. 잘 구성된 아니 잘 디자인된 그래픽과 같은 낙서는 방의 단순성과 매우 잘 어울린다. 로버트의 실험실은 유럽의 어느 지하 와인 창고와 같이 거친 벽면으로 이루어져있지만 현대적 재료(유리)로 구성되어 모던함이 느껴진다.

 

내가 사는 파사드

인간에게서 피부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나타내는 것이라면 건축에서는 파사드가 피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파사드는 건축물 전체의 인상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그 구성과 의장은 매우 중요하며, 여기에는 내부의 공간구성을 표현하는 것과 내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구성을 취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보통 장식적으로 다루어질 때가 많으며, 건축양식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로버트가 자신의 복수와 그에 따른 완벽한 창조성에 집착하고, 그가 간과하고 있던 베라의 정신적 원류에서 과오를 범하고 있듯, 건축에 있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파사드에 집착하는 건축이 너무 많은 것 같아 파사드(피부)에 관하여 다시 생각하게 한다. 파사드(입면)가 피부라면 건축물의 무게를 지탱해주는 골조는 근육이자 뼈일 것이다. 이에 의해서 형성된 공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와 생활은 건축의 정신이자 문화일 것이다. ‘도시미관’, ‘상징성’, ‘랜드마크’, ‘심의지침’, ‘브랜드’, ‘프랜차이즈라는 거창한 이름하에 정신과 문화 그리고 도시를 잃어버리고 파사드에 집착한 건축이 수없이 들어서고 있다. 커튼월이라는 첨단의 유리건물, 색조화장을 짙게 한 건물, 졸부의 외투 같은 화강석과 대리석의 건물, 머리에 왕관을 둘러쓴 건물 등, 화장을 하지 않은 민얼굴의 건축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민얼굴에 대한 경제적, 미디어적 거부감을 나타낸다. 로버트가 간과했던 인간의 정신적(정서적), 문화적 정체성을 생각하게 한다.


강기표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아체 에이엔피

2012-03-16 14:44:36 수정 강기표 건축사(dece24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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