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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6호 2면    2017-05-24 17:58:42 입력
[시론] 설계비 얼마요?
김정관 건축사()

일본에 다녀올 때마다 느끼게 되지만 건축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에 다녀온 시모노세키 여행에서는 1902년에 지어져서 2011년에 헐어내고 비워져 있는 산요호텔 터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산요호텔은 100년을 넘게 시모노세키를 대표하는 호텔로 운영되었으나 노후화되어 헐려졌다. 시모노세키 시에서는 그 건축물을 기억하기 위해 안내판을 가로변에 설치해 두었다. 그 안내판에는 산요호텔 외관의 장식부재를 붙여 이미 사라져 버린 건축물을 기억하는 단서로 남겨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일본의 도시는 고건축과 근대건축, 현대건축이 공존하며 도시마다 가지고 있는 역사를 건축물을 돌아보며 온전하게 읽어낼 수 있다. 일본의 변방인 대마도의 이즈하라에서부터 거대도시 오사카, 도쿄에 이르기까지 건축물들이 규모와 상관없이 제 자리에서 당당한 자기 모습을 가지고 서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도시에는 백년은 고사하고 오십년도 제대로 지켜온 건축물이 찾아보기 어려운 것일까?
근대도시를 대표하는 부산에도 제대로 지켜내야 했었던 근대건축물들이 많았었다. 부산세관, 한국은행 부산지점, 옛 부산시청, 부산역사, 조흥은행 등이 이런저런 사유로 헐려져 버렸다. 우리나라의 근대도시역사를 간직한 부산의 원도심에 눈으로 볼 수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근대 건축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김중업 선생의 초기작품이었던 부산대학교 구본관이 헐려질 위기에서 의식 있는 분들의 노력으로 지켜낼 수 있었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니 다행스럽기 그지없으며 건축물이 단순한 부동산적 가치를 넘어선다는 인식을 일깨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벌써 4년이나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차도 한 잔 나누지 않았는데 그 분은 거두절미하고 설계비부터 물어왔다. 아마도 명함을 주고받을 틈도 없이 설계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답변을 해야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작업한 주택에 대한 언급도 없이 설계비부터 제시해야 하니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의 프로젝트 중에 단독주택은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터라 내가 제시할 설계비는 건축주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액수이다. 설계비를 밝히는 순간 그 자리가 그 분과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지만 즉답으로 액수를 제시했다. 그분은 나의 대답을 듣고는 가타부타 얘기도 없이 주택을 지을 현장으로 가보자고 했다. 아마도 그분과의 통과의례를 지날 답을 드렸던 모양이었다.
며칠 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받는 날이었다. 건축주는 또 한 번의 당혹스런 질문을 내게 던졌다. 건축주는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알고 있는 건축사가 많다고 했다. 다른 건축사들에게 설계비에 대해 물어보니 내가 제시한 액수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설계비를 깎기 위함이 아니라 설계금액의 근거가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내가 제시한 설계비의 근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건축물은 지어지고 나면 불특정다수 사용자의 생활이 담기고 도시의 시간을 간직한 거리의 풍경이 되어 건축물이 존재하는 한 항상 현재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설계자의 역할은 건축주가 집을 지으려는 목적의 실현과 함께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공공성의 확보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건축물에 도시의 시간이 간직되어 생명력이 지속될 수 있는 건축물의 고유성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며, 부동산의 가치 유지와 함께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설계비의 근거는 건축주의 목적 실현과 사용자의 편의가 오래 유지되어야 하며 도시의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이 되도록 설계를 하기 위한 작업의 비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건축주가 내가 던진 설계비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때 당시 그 주택을 지을 대지는 시가가 약 10억 원 정도가 되었다. 공사비를 대략 5억 원 정도로 예상하면 15억 이상 집행되는 근거로 설계를 하게 된다. 설계 작업이 끝나면 15억 이상 원가를 들인 집을 짓게 되는데 그 고민을 설계자가 해야 되는 것이다. 나는 설계비가 집에 대한 고민을 건축주를 대신해서 떠안는 비용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건축주는 무릎을 치면서 정답이라고 하였다. 그는 그동안 내가 제시한 정도의 설계비를 제시하는 건축사가 없어서 일을 맡기는 것을 망설여왔었다고 했다.
설계비는 건축사가 제대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얻기 위한 대가이다. 규모가 아무리 작은 건축물일지라도 대부분의 건축주에게는 두 번 지을 수 없는 큰 재산이 될 것이다. 또한 그 건축물은 도시의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가 된다. 설계비는 일을 수주하기 위해 제시하는 금액이 아니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비용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도시가 왜 이 모양이냐고 푸념하면서 건축사의 능력을 탓하지 말라. 20년 전보다 못한 설계수가로 시간을 다투어 가며 건축허가를 받아내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어떻게 좋은 건축물이 지어질 수 있겠는가?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도 백 년 된 건축물이 문화재가 되고 오십 년 된 건축물을 자랑할 수 있는 도시를 꿈꾼다. 신축하는 건축물이 기존도시의 분위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신중하게 설계해 달라는 주문을 받는 건축사의 자리를 바라면서 되물어본다. “백년을 버틸 수 있는 집,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집을 지으려면 그 설계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p 1 김정관 건축사.jpg김정관 건축사는 현재 에스지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이며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조직위원회 감사를 맡고 있다. 본지 4,5대 편집주간을 역임했으며 지령100호를 기념하는 건축작품집 ‘건축유전1’을 기획 발간했다.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동대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일신설계, 중원건축에서 실무경력을 쌓았으며 건축전문지 ‘이상건축’ 편집장 대행으로 건축매체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부산대학교, 신라대학교에 11년간 겸임교수로 출강했고,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주택 작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입재’로 2010년 부산다운 건축상 은상을 수상했다. 최근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에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수필가로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글을 쓰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다. 

2017-05-24 17:58:42 수정 김정관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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