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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5호 2면    2017-04-25 12:12:23 입력
[계륵] 비움의 미학
논설위원( simism@hanmail.net)

우리 사무소 근처에 호수를 끼고 잘 조성된 공원이 하나 있다. 강이 없는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수변공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무언가를 채우려는 시도가 마냥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문제다.

며칠 전이었다. 밤이 늦은 시간에 공원을 지나가게 됐다. 컬러풀한 업라이트 조명들이 호수주변 수목을 강하게 비추고 있었고, 시각을 강하게 자극했다. 호수공원 야간경관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그 결과물인 듯 했다. 하지만 조명에 비친 풍경이 너무 과하고 인위적이라 아름답다기보다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붉은색과 초록색 조명은 괴기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게 했다. 피사체를 돋보이게 해야 하는 경관조명의 역할을 방기해 역효과를 내고 있었다.

호숫가 한편에는 학교 운동장만한 잔디밭이 있다. 볕 좋은 날이면 나들이 나온 주민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주변에 너른 터가 없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소풍 장소로도 인기다. 지난해에는 창원조각비엔날레라는 행사를 이곳에서 개최했는데, 전시물 중 일부 작품을 이곳에 영구전시하고 있다. 전시물의 수준은 차치하더라도 야트막한 야산과 호수, 너른 잔디밭으로 이어지는 여유 있는 풍경이 형형색색의 전시물들로 인해 무너져 버렸다. 무장애의 활동적 공간이 왠지 정숙해야만 할 것 같은 미술관처럼 엄숙해져 버렸다. 수년전 호수 둘레길에 깔아놓은 탄성재질의 바닥재는 얼마 못 가 훼손되었고, 지금도 땜질식 보수를 하고 있지만 마치 누더기를 둘러쓴 것처럼 지저분해 보일 뿐이다. 보행편의를 돕고 깔끔하게 보이는 것이 좋아 설치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경관을 해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또 호수 한편에 위치한 전기를 공급해야 돌아가는 대형 물레방아는 미적, 교육적 아무런 기능도 없이 녹슬고 있다.

근처 공원에서 느꼈던 몇 가지를 언급했지만 도시로 그 범위를 넓혀보면 과하게 채워진 것들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은 반드시 낡는 법이다. 처음에는 새것이라 보기 좋은 것이지 시간이 지나 낡으면 눈에 거슬리기 마련이고, 없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 온다.

기관에서는 여전히 사업을 만들어 도시를 채워가겠지만, 이것이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것인가? 다수가 볼 때 아름답게 느껴지는가? 안전하고 지속가능할 만큼 튼튼한가? 등등 여러 가지 점을 신중히 검토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요건에 충족하지 못하는 기존의 것들은 과감하게 없애는 것도 검토되어야 한다.

채움으로 이루어진 도시에 살고 있고 채워야 밥벌이를 하는 처지에 이율배반적이라 할 수 있지만, 비워있음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고 싶다.

논설위원( simis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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