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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2호 11면    2017-01-24 16:41:08 입력
[건축을 보다] ㉞ 한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곳, 향산반점.
이민 교수()

이민 약력 : 이민 교수는 중국 청화대학교 미술학원 환경예술설계학과를 졸업,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공간디자인총연합회 이사, ()한국실내디자인학회 이사, ()대한전시디자인학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 아시아의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공간디자인 적용을 위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전시디자인 분야를 특화하여 디자인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에서의 정신없는 생활 중에도, 북경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 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향산 초입에 자리한 향산반점(香山飯店)이었다. 향산반점은 북경에서의 박사 유학 당시 언제라도 가볼 수 있던 곳이었던지라 유학생활 내내 다음에, 다음에 오지라는 말로 미루기를 쉬이 했던 곳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남는 그 곳, 이유가 뭘까 

북경 서북쪽에 자리한 향산(香山)은 내게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그리 멀고 어려운 산이 아니었다. 학교와의 거리가 멀지 않았던 이유로 주말이나 날이 좋을 때면 학우들과 소풍을 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언제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동네 뒷산 같은 친근한 그런 곳.

사실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으로라도 가던 디자인 전공자들의 유학 경로와는 달리 중국이라는 결이 다른 선택을 하게 된 첫 계기가 바로 이곳에서 10년 전에 시작되었단 걸 유학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던 시점에 깨닫게 되었다. 막상 정신없는 유학 마무리 시점엔 가지도 못하고 무거운 숙제로만 남겨놓고 있다 몇 년이 지난 최근에야 홀로 가보게 되면서 그 짐을 덜게 되었다 

2004, 중국과의 교류가 막 활성화되던 시점에 학교에서 학부생들을 인솔해 중국 청화대와의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마침 갔었던 곳이 바로 이 향산반점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북경은, 지금처럼 손꼽히는 CCTV, 올림픽 경기장과 수영장, 그리고 국가음악원 같은 건축들이 즐비하던 곳이 아니었다. 공산국의 이미지가 강렬했고, 고궁이나 이화원과 같은 전통공간에서 중국을 떠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향산반점은 꽤나 신선한 자극이었다. 

향산반점은 화교출신의 세계적 건축가로 명성이 드높은 아이엠페이(I.M.PEI)가 설계를 맡았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유리 조형으로 더 유명한 그에게 이곳은 처음 중국 본토에 자신만의 해석으로 원림이라는 중국 특유의 문화를 모던하게 표현해낸 첫 작업이었다. 아이엠페이는 2006년 상해 옆 소주(蘇州)지역을 대표하는 소주박물관을 선보이면서 중국의 문화 원형의 하나인 원림(園林)을 수준 높게 녹여내어 중국인들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소주박물관으로만 아이엠페이를 기억하던 내게 향산반점은 그 원류, 시작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원림이라는 요소가 20년이라는 시간의 거리를 두고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 자체도 꽤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사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다른 각도로 가게 한 시작이 이루어진 곳임에도 남아있는 기억은 공간에 대한 어떤 심도 있는 진지함이 아니다. 2004년 처음 본 하얀 건축물과 중정이 무척이나 인상 깊게 높고 컸을 따름이다. 그저 그곳에 있었던 상황의 집합들이 좋았다. 그때의 적당했던 햇살, 그림자, 물의 색, 그리고 이름 모를 돌들에 대한 나의 무지가 빚어낸 궁금함그런 그 순간. 그리고 그곳에 모여 함께 했던 사람들의 웃음, 장난기 가득했던 표정들과 행동들. 향산반점은 지금에 와서 보면 어떤 대단한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건축적 가치나 학술적 의의를 넘어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무엇이란 생각 때문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 분명하다.

누구나 그런 곳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한 시절의 우리를 기억하게 하는, 생각나게 하는 그런 곳. 대면 한번 한 적 없는 타자의 작업 속에서 나의 옛 사람들의 소리와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한 때를 상징하는 한 컷의 이미지로 남은 향산반점. 추운 겨울, 10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 다시 찾아온 이곳은 이제 차가운 바람과 깨진 얼음 조각들, 그리고 한산한 지금의 이미지가 레이어드 되어 기억될 테지만, 시간이 지남에도 2004년 그때, 향산반점의 봄날로 기억될 듯하다.


11p 3 향산반점.jpg

11p 4 향산반점.jpg

11p 5 향산반점.jpg

11p 6 향산반점.jpg

11p 상단 향산반점.jpg

북경 향산반점(香山飯店)

이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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