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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1호 11면    2016-12-23 10:16:08 입력
[건축을 보다] ㉝ 주거구조가 사람 간의 소통도 바꾼다.
나인주 조각가()

나인주 약력 : 나인주 조각가는 부산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 동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남 진도군의 <지휘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 경기 파주 해병대 <전공선양비>,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얀 후스> 조각상 등 다수의 모뉴멘트 제작의 어시스던트로 참여했다. 2010~2013년 마을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삼진식품 부산어묵제작과정 디오라마 제작에도 참여했다. 대표작으로는 감천문화마을의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있다. 현재 무한조형디자인 대표이며, 서울디지털대학교, 전남 진도군의 울산대학교 회화과 외래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4개의 빈집프로젝트 중 <공공의 방>에 입주해있다.


완연한 겨울이다.

새벽 4, 감천마을을 태반처럼 품에 안은 천마산은 차가운 어둠을 걷어내고, 산등선을 따라 후광을 발하며 하루의 태동을 시작하게 된다. 어느덧 어둠이 다 사라질 즈음 사소오~, 사소오~”하며 낯익은 재첩국 장사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마을을 한번 휘감고 지나가고 나면 한참을 조용한 듯하다가 8시가 되면 오늘도 어김없이 옆집의 생활에 지친 듯한 아줌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네 명의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며 이 시간이 아침의 가장 분주한 때임을 상기시킨다. 조용한 아침을 깨는 젊은 아낙네의 짜증스러운 목소리나 아이의 울음소리가 거슬릴 만도 한데, 노령인구가 많은 이 마을에서만큼은 오히려 척박해진 땅에 간간이 푸릇푸릇 새 생명이 자라서 피어오르는 에너지로 느껴진다 

5,60년을 한 마을에서 동고동락한 사람들은 지금도 끼니때가 되면 각자의 집에서 반찬을 들고 나와 한 집에 모여앉아 먹고, 심지어 지나가는 외지 사람조차 끌어다 먹고 가라고 권한다. 변변찮은 것이라도 나누려고 애쓰고 오래 집이라도 비우게 되면 스스럼없이 관리를 맡기고 아이를 맡아주기도 한다. 우환이 생기면 서로 힘을 보태는 모습 또한 자주 볼 수 있다 

집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직행하여 자가용을 타고 오가는 출근길과 퇴근길, 다시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거쳐 곧바로 자기네 집 현관으로 들어가 이웃과 거의 마주칠 일 없는 현실, 때로 마주친다 해도 어색하게 형식적인 인사만을 건네는 것이 현대의 주거환경이다.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조차 몇 평짜리 집과 어떤 차를 소유하였느냐가 관심사가 되고 그것으로 급을 매기는 것이 요즘의 사회 분위기이다.

그에 반해 자신의 집까지 가는 길에 여러 이웃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고, 3,4평의 협소한 생활공간 탓에 기본적인 생활용품만을 갖출 수밖에 없어 나머지는 이웃 간에 서로 빌려주고 받는 생활, 그런 단출한 살림이기 때문에 사적 공간이 어느 정도 노출되어도 경계심을 갖지 않는 감천의 계단식 주거 공간이 보다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요소를 갖추었다고 본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지면 타인에게 대하는 내 마음과 태도도 훨씬 자유로워지고 포용력을 가진다는 것을 이 마을을 통해 몸소 체험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장점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통의 차단으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 비록 지지고 볶더라도 여러 가지 화학작용으로 다이내믹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삶에 훨씬 활력이 된다. 무균의 상태에서는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리기가 더 쉬운 것처럼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불편한 요소들을 다 제거하는 것 보다, 그러한 요소들이 항체가 되어 주변의 어떤 상황도 포용하고 담담하게 받아낼 수 있는 항원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치열하게 살아오던 중, 2010년 이곳 감천문화마을에서 시작된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마을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입주 작가로 거주하기까지 주민들에게서 순수함과 베품의 인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평생을 두고 되새기며 답습할 수 있도록 애를 쓸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감천마을이 유명해지고 상업적인 가치가 높아지면서 외지 상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금전적 이익에 중점을 두다보니 어느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삭막한 정서로 이곳 또한 변해가고 있다. 마을 계획과 관리를 통해 초기의 이 마을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되새기며, 앞에서 언급한 이곳 마을의 오랜 정서가 보존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6-12-23 10:16:08 수정 나인주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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