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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5호 2면    2016-06-22 09:54:40 입력
[시론] 알파고(AlphaGo) 시대의 건축설계
이상진 교수(slee@dau.ac.kr )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대국의 결과는 앞으로 이 세상에서 누가 절대강자가 될 것인지를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세기의 대결은 예상과는 달리 알파고의 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경우의 수가 10170승으로 우주 전체의 원자수보다도 많아 컴퓨터의 연산능력으로도 정복이 불가능하다는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 이세돌이 컴퓨터에게 거의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알파고는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자가 학습 시스템을 통해 진화했고 앞으로도 더욱 똑똑해 질 것이다. 이제 판을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세돌의 패배로 인해 창의적인 영역이라 컴퓨터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것 같다고 안심하고 있던 모든 영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축 디자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건축설계마저 구글의 인공지능이 도맡아 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인가?

건축사는 부지의 법적인 조건, 프로그램, 건축주의 요구 사항 등을 종합해서 디자인 방향을 결정한다. 재료, 구조, 설비 등 기술적인 전문지식은 물론 건축사 개인의 디자인 취향, 시대의 건축 트렌드 역시 건축설계에서의 종합적 고려대상이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수많은 복잡한 고려사항들을 하나의 형태적 결과물로 종합해야 하는 건축설계에서 건축사의 직관은 절대적 권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건축설계가 어렵고 복잡한 분야임에는 틀림없고 통합적 직관이 필요할지라도, 이미 인공지능이 필요한 기술적인 데이터는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프로그래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독창적인 일부건축물은 제외될지라도 일반적인 아파트나 오피스와 같은 건축물에 대한 설계는 당장이라도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의 자비뿐인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른 현재에 강조되는 것은 오히려 인문학이다. 대기업의 오너와 전문경영인들은 앞 다투어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 신입사원 모집 시 인문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될 정도로 기업의 인문학 사랑은 단지 립 서비스나 피상적인 교양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다. 인문학은 무엇인가? 인문학은 인간을 관찰하고 그 행위를 기록하는 학문이다. 인간에 대한 관찰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서이다. 이익을 쫓는 기업의 생리상 인문학 자체가 탐구의 대상이 될 수는 없으며 기업의 이익과 결부될 때에야 그 가치가 인정된다. 인문학이 강조된다는 것은 아직도 인간과 인간사회에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향후 기업의 경쟁력이 이것과 직결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건축분야에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루이스 칸의 솔크 연구소설계과정에서 건축주 솔크박사는 연구실의 천장고를 일반 건물보다 훨씬 높은 3-4m로 요구했다. 시원하게 탁 트인 공간이 연구원의 창의성을 높일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2008년 미네소타 대학의 메이어스 레비 교수는 그 사실을 증명했다. 천장고 2.4m의 공간보다 3.3m의 공간에서 사람들의 창의력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인바이론셀(Environsell)CEO 파코 언더힐은 인간의 인지과정과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상업시설에 적용해 왔다. 하지만 건축설계분야에서 이러한 과학적인 데이터의 활용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그나마도 타 분야에 의해 주도되었다. 메이어스 레비는 경영학 교수이고, 파코 언더힐은 사회학과 심리학에 기반을 둔 컨설턴트다. 데이터의 과학적 분석은 고사하고 대상의 자의적 해석과 직관을 중시하는 건축사의 속성은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있어 오히려 장애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인간과 인간시스템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가 경쟁력인 제 분야들의 각축장 속에서도 건축설계는 직관에 기대어 아직까지는 나 홀로의 유유자적이 가능했던 것 같다. 적어도 알파고의 출현 전까지는.

세상 주류의 움직임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축설계분야도 알파고의 영향권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인공지능이 건축설계라는 직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시계의 대부분이 디지털로 바뀌고 나서도 여전히 최고급 브랜드는 수제 아날로그이듯, 건축설계 역시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이후에도 여전히 건축사의 영감과 직관으로 선을 긋고 형태를 만드는 분야로 남아있을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건축 관련 데이터들을 모두 흡수한 인공지능으로 건축 디자인을 진행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보조 역할로 전락할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붐(boom)이 말해주듯 아직도 인간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와 건축공간에서의 인간의 인지와 행동패턴 역시 밝혀진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 도시 건축에서의 인간에 대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가는 한 건축설계분야는 최소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은 도구이지 경쟁의 대상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결국 인공지능의 사고체계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 방식이 이제껏 건축사들이 해오던 방식과 다르다면 그것은 인공지능 시대의 건축사들이 겪어야하는 변화일 것이다.


동아대학교 건축학과에 재직(건축 및 도시설계전공) 중인 이상진 교수는 현재 동아대 건설관리본부장, 부산광역시 도시경관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국 건축사(AIA)이기도 한 그는 미국 Thompson, Ventulett, Stainback(TVS)과 희림건축에서 근무했으며, 미국 건축사 협회상(AIA National Honor Award) 수상 및 다수의 국내·외 현상설계에 당선된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미국 시카고 맥코믹 컨벤션 센터, 애틀랜타 부도심 개발 계획, 서울 W 호텔 등이 있다.

   

 

 

 

2016-06-22 09:54:40 수정 이상진 교수(slee@da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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