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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4호 2면    2016-05-23 11:14:11 입력
[시론] 예천군의 합리적이고 진일보한 건축심의 과정
ab강윤동 건축사 | (주)종합건축사사무소 마루, 부산광역시건축사회 법제이사
강윤동 건축사(maru0463@hanmail.net)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특정 사업부지내 건축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물은 사전에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므로 협의를 위해 허가기관인 예천군청 건축도시과를 방문하였다.

사전에 유선상으로 몇 번의 협의를 하였지만 혹시 확인되지 못한 내부자료 등이 있을까하고 심의에 필요한 정보 등을 직접 대면하여 확인해야겠기에 예천으로 향하는 출장을 가게 된 것이다.

예천까지는 왕복 500km 이상의 거리에 3시간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만만치 않은 긴 여정이었다. 예천군내 지역 업체가 아닌 타지역업체로서 혹시나 불편함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했으나 이는 담당자를 만나는 순간 말끔히 씻겼다. 담당자는 너무나 친절했고 필요한 내용에 대한 정보 및 답변 또한 상세하게 제공해주었다. 지역 업체들이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음을 다소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로 그 이유가 지역 건축사사무소가 영세하기 때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먼 길을 올 필요 없이 필요한 것은 유선, 메일 등을 이용해도 충분함으로 전혀 부담 갖지 말고 협의할 것을 주문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예천군 건축도시과와의 협의. 진행 중인 상업시설 신축프로젝트와 관련된 심의가 이루어지는 동안 많은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예천군도 심의절차에 대해서는 아직은 사전심의 도서를 심의위원들에게 전달하여 사전심의를 받도록 하는 예전의 관행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듯 했다. 10여명의 건축위원회 심의위원들과 협의하는 과정에 미팅시간, 협의 공문 등 모든 준비는 건축도시과 주무관이 주관하였고, 설계자 자격으로 동승한 우리는 보조역할만 하였다.

도서를 전달하기 위해 주무관과 같이 이동하던 중 심의위원들에게 그냥 가기가 무엇해서 조그마한 음료수라도 준비해서 방문하는 것이 어떨지 제안하였다. 일순간 담당 주무관의 표정이 바뀌었고, 예천군에는 그러한 관행이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 같은 관행 없이도 지금껏 잘 유지되어온 관례를 어지럽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부끄러워 너무나 민망하였다. 부산, 경남 등 다른 지역에서 진행했던 유사한 프로젝트 심의 때에도 담당 주무관들의 협조가 있었지만, 이곳 예천군의 담당 주무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열정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사전 심의도서 제출이 끝나고 본심의 당일이 되어 심의에 참석하여 설명을 하게 되었다.

심의 전 담당 주무관이 예천군에서는 건축위원회 심의 시에 대체로 법적인 문제 위주로 계획, 디자인 등에 대하여 주로 언급하며 법 외적인 부분을 문제 삼아 심의를 부결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심의 시 편하게 설명하고 법 외적인 부분에 대한 토론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응대를 할 것을 주문하였다. 심의가 시작되고 건축계획 및 디자인 부분에 대해 견해를 언급한 위원들은 있었으나 뭔가 트집을 잡기 위한 느낌 보다는 정말 보다 더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토론의 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의를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심의의 제도 및 방향이 예천군과 같은 형태로 진행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의 토론을 거쳐 원숙한 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예천군내 심의에 참석한 건축사들 또한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에 어울리는 수준 높은 건축물을 위하여 주 외부마감재인 커튼월(유리)과 도시경관 전체 맥락 차원에서 조화로운 건축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꼼꼼하게 검토하고 협의하는 자세 또한 의욕적으로 느껴졌다.

 

심의에 관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건축도시과에 인사차 들러 심의내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서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사무실을 나서는 길, 건축과장 등이 출입문까지 배웅을 나와 타 지역에서 와 고생이 많았다며 조심해서 내려가시라는 친절한 인사말을 잊지 않는 배려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건축인허가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허가권자와 민원인 사이에 발생하는 정해진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합목적성을 달성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건축위원회 심의 또한 이것을 위한 과정에 있지만 건축설계를 하는 우리에게는 항상 부담스러운 과정으로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떠한 행정제도이던지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충분히 서로가 합리적이고 진일보된 협의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조금은 낯설지만 새롭고 신선한 환경에서 매우 유익한 심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심의에 논의되었던 사항들 중 일부 유익한 부분을 설계도서에 반영하게 됨으로써 조금 더 나은 작품이 되지 않았나 자평하고 싶기도 하다.


강윤동 건축사는 부산 남 고등학교와 동아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 종합건축사사무소 아키안...동남에서 실무를 쌓았다. 1996년 종합건축사사무소 마루를 설립했으며, 현재 ()종합건축사사무소 마루의 대표건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부산광역시건축사회 법제이사인 그는 건축 관련 법 및 제도 개선연구에 힘쓰고 있으며, 부산광역시건축사회 건축물미관자문위원,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부산시 영도구건축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강윤동 건축사(maru046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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