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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3호 2면    2016-04-22 11:41:53 입력
[시론] 문제는 창의력이야. 이 바보야!
ab이종민 건축사 | 본지 논설위원, 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
이종민 건축사(j7139@hanmail.net)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요? 짐작하신대로 1992년 미국 대선 때 빌 클린턴이 상대편의 정책에 대응하여 외친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의 패러디입니다. 이 직설적인 말은 유권자의 폐부를 정확하게 뚫었고, 클린턴은 미국의 42번째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문제를 직시하는 촌철살인의 위력, 사태에 관한 철학과 관점은 이처럼 상황을 역전시키고 세상을 바꿉니다.

 

패러디의 출발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한판으로부터다.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났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인간 이세돌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동병상련의 기분이었을까? 문제는 이후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맥 빠진 기운에 사로잡혔다는 것인데, 이른바 일자리의 상실과 같은 심각함 때문이었다. 바둑판을 기습한 인공지능의 활약을 실시간으로 목도하면서 너도 나도 모골이 송연해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이 깊어졌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미래학자들이 생존의 근거로 삼은 것이 직업의 창의성 여부에 있다는 점, 말을 바꾸어 숙련된 일이나 반복을 요구하는 일에 인간의 역할은 소멸된다는 것이니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나의 경우 전문가라는 명패와 숙련된 손이 보호막이 될까? 이후로 나는 수시로 내게 촌철살인을 던져야 했다. “문제는 창의력이야. 이 바보야!”

 

나는 얼마 전 어느 신문에 기고한 문장에 이 말을 다시 사용한 바 있다. “문제는 창의력이야. 이 바보 시민들아!”

부산시 중, , , 영도구, 이른바 원도심의 의장단이 공동으로 산복도로 고도제한을 해제해 달라고 부산시에 청원하였다는 소식이 있었고, 외람되게도 나는 내 말의 방향이 무엇보다도 시민들에게로 향했으면 했던 것이다. 일이 개인의 문제라면, 일을 하는 터전인 도시는 공동의 문제다. 그러므로 도시의 생존력에 대한 관심은 시민의 책무다. 우리는 그러하였는가?

예컨대 침묵함으로서 묵시적으로 동의한 서구적 가로망, 가시적 랜드마크 건축군, 경제적 손익에 바탕을 둔 확장과 개발. 그러므로 어정쩡한 도시의 현대는 바로 전 시대인 근대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정체성을 잃고 있으며, 이미테이션이 된 도시는 세련되었다고는 하나 그 속에서 편안한 삶을 유지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것은 아닌지?

세계 유수의 설계와 첨단의 소재와 자극적 높이로 달맞이 언덕에 우뚝한 랜드마크에서 인공지능 로봇의 공허함 외의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도시 정책의 오류는 심각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 우리는 그런 것이 도시의 미래이며 창의력이라는 주장에 꽤 오랫동안 속아 온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알고 보면 시민들의 생각이 훨씬 창의적인 법이다. 도시란 자신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금 의식이 충돌하는 지점은 매우 심각하며 위기이다. 지역사회의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싹튼 것이고, 이른바 지역 불평등과 같은 집단의식으로 굳혀져 온 것이니 꽤 만만찮을 테다. 그럼으로 이 주장을 시작으로 도시 전체를 어정쩡한 산토리니로 남겨둘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본이 판치는 아비규환으로 만들어갈 것인지? 쟁점화 되고, 양날의 칼은 법과 여론으로 지속적으로 부딪힐 것이다. 이 도시가 생긴 이래로 그 어느 시점보다도 곧은 철학과 다양한 관점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테면......

 

먼저 경제성에 앞서 도시의 인문 즉 풍토, 지리, 역사, 등은 도시 그림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거기에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왔고 앞으로 더 살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속도와 크기다. 졸속하게 결론을 내어서도 무작정 대범해서도 안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도시의 창의성은 양이나 속도와 무관하다는 것은 여러모로 증명되었다. 대체로 창의력이 빛나는 도시들은 작고 느린 도시들이라는 점을 정책자들이 새겨볼 일이다.

무엇보다도 창의력이 생명을 가지려면 모두 공평하게 의견을 나누고 연구하는 데에서 발견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와 당국자 몇몇의 의견은 물론 의회의 의사봉으로 쉬이 결정될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더욱 창의적인 것은 시민 쪽이다.

특히 시민을 대신하여 도시와 더 밀착해야 하는 전문가들은 이럴 때에 누구보다도 정의로워야 한다. 몇 개의 일거리 때문에 집단이 부화뇌동 하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잘못된 도시가 종국에 당신들의 일을 소멸시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아시겠지만 정의롭지 않은 창의는 늘 패악悖惡에 불과했다.

 

건축사들이여! 다시 한 번 직언의 무를 용서하기 바란다. “문제는 창의력이야. 이 바보야!”

 


이종민 건축사는 본지 제3대 편집주간이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부산시가 주최한 부산미술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해 건축계의 주목을 받았다. 87년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이후에도 설계경기에 꾸준히 참여해 다세대주택 및 부산세관별관 설계경기에 당선되었으며, 부산시 종합연수원 및 철도시설공단 설계경기에서는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창원건축대상제에서 우수상과 장려상을, 동래건축문화상 우수상(2013)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건축사는 다음 블로그 심계의 공작소 http://blog.daum.net/j7139’를 운영하고 있다. 심계(深溪)는 부친이 정해준 호()로 그의 필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종민 건축사(j71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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