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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2호 2면    2016-03-31 11:24:41 입력
[시론] 건축사를 꿈꿀 권리
ab이태문 교수 | 동의대학교 건축학과
이태문 교수(bonjourlee@deu.ac.kr)

 

해마다 2월이면 초··고는 물론이고 학교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서는 졸업식이 거행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교에서도 졸업식이 있었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터라 학생들의 입학과 졸업, 취업, 재학생의 인원변동 등 숫자로 표기되는 일련의 자료들에 가장 근접해 있다. 그러나 올해 졸업생이 23! 1초간의 멍한 시간이 흘렀다. 이게 뭔가? 입학정원 40명에 해마다 아무리 적어도 평균 30명은 넘게 졸업을 했다. 뭔가 착오가 있겠지 하고 재차 확인해도 숫자는 변함이 없다. 조사를 해보니 마지막 학기에 휴학을 하거나 졸업유예를 신청한 학생이 이번 졸업 대상자들에게서 많이 나왔다. 졸업을 앞두고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역으로 올해 5학년 1학기 등록자가 50명 가까이 된다. 한해 걸러서 이렇게 졸업생도 해걸이를 한다.

 

입학정원에 비해 졸업인원이 줄어드는 현상은 비단 우리대학 건축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이하 KAAB)20142월 통계에 의하면 5년제 건축학교육 프로그램 인증을 받은 45개 대학의 입학정원이 1,857명이었으나 졸업자는 1,265명이었다. 입학정원대비 68.1%만이 졸업을 했다. 물론 대학마다 입학당시정원이 졸업까지 변동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입학정원에 비해 졸업자가 7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학업을 중도 포기한 30%의 학생들의 개인문제로 넘기기엔 너무 큰 비율이다. 학생들의 전공 부적응이나 가계곤란 등 학업중단의 사유가 다양하겠지만 우리 건축분야에서 그들의 꿈을 안아줄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 부족하여 그들이 다른 결정을 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5년제 건축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모두가 건축사가 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학업을 포기하거나 전공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건축계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산지역의 건축사사무소 1년차 연봉이 2~3년 전보다는 상당히 좋아졌다. 올해 부산지역에 취업을 한 학생들을 통해 대략적으로 산출해본 결과 20161년차 건축사사무소 연봉은 평균 잡아서 2,100만 원 정도 되는 듯하다. 최고로 주는 곳은 2,500만원까지라고 한다. 물론 연봉의 폭이 1,700만원~2,500만원이다 보니 회사별 숫자로 통계를 내게 되면 다소 낮아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를 서울이 아닌 부산에 머물게 하려면 서울의 연봉에 대비해 최소 2,100만 원 정도는 되어야 부산지역 취업을 권할 수 있다고 본다. 부산지역 모든 건축사사무소에서 1년차 연봉이 최소한 2,500만원으로 시작하는 게 꿈의 숫자일까?

 

올해 2016년 최저시급은 6,030원으로, 5, 18시간씩 근로하는 근로자(209시간)의 경우, 별도 특약이 없는 한 월 최저임금은 1,260,270원이라고 한다. 이를 연봉(13개월)으로 계산하면 1,6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최저시급과 부산의 최저연봉(?) 1,700만원을 비교를 해보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에겐 너무 죄송한 말이지만)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최소 5년이라는 시간을 전공공부를 하고 졸업 후 받는 급여가 최저임금과 차이가 별로 없다면 20대 후반의 젊은 청년에겐 허탈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졸업한 이들에겐 졸업과 동시에 빚 상환의 그림자가 항상 따라다니지 않는가. 오죽하면 현재 사회 속 청년들의 삶을 '청년실신(실업자와 신용불량자)' '열정페이' '삼포세대(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 세대)'라는 상징적인 용어로 얘기하겠는가. 건축을 열정페이로 강요하기에는 붙잡을만한 메리트가 부족하다. 건축사? 건축설계를 하는 이들 모두가 건축사를 취득하고 싶지만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해서 그 동안의 배고픔을 한순간에 만회시켜주지는 못한다.

 

건축을 처음 시작하는 건축학과 학생들은 모두가 건축사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이 그들의 꿈을 품을 만큼의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젊은 친구들은 똑똑하다. 앞서 KAAB2014년 통계를 보면, 졸업생의 34.4%만이 건축사사무소로 진출을 하고, 건설회사 7.8%, 인테리어1.8%, 공무원1.6%, 유학 0.9%, 대학원진학 8.9%, 기타 29.5%로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시공, 인테리어 등 전공과 연계된 건축분야로 진출하는 이들을 모두 합해도 45%도 채 되지 않는다. 이것이 젊은 후배들이 보는 미래 건축의 현주소다.

 

그러고 보니, 작년 12월초,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을 발표했다. 발표내용 중에 향후 10년간 건축분야의 인력은 33천 명 정도가 부족할거라고 예측하였는데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듯하다. 각 대학에서는 정부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인 프라임사업을 신청하고 학생들을 이공계로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근무여건과 급여조건이 지금보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해마다 년 초만 되면 올해는 작년보다 건축경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매년 더 어렵단다. 어려운 건축경기에서 직원들의 급여를 개선해 주기란 쉽지 않다.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비 외에 마땅히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개선해 줄 것인가? 몇 해 전부터 여러 지면을 통해 부르짖는 설계비 정상화가 그 해법일 수 있다. 건축사의 대가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는 젊은 후배들에게 건축사를 꿈꿀 권리까지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우리 선배들은 잘 알아야 한다.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지 말고 현재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대가가 정당하게 계약되었는지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후배들에게 건축사를 꿈꿀 권리를 돌려주자.


이태문 교수는 동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건축학교 Paris-Lavillette C.E.A.A Theories et projets de I'architecture 과정(2001)과 건축학교 Paris-Malaquais D.P.L.G 과정(2004)을 수료한 프랑스 공인 건축사다. 주요경력으로는 한국해양대학교 캠퍼스마스터플랜 기본계획 현상설계(당선) 부산국제외국인학교 건립공사 현상설계(당선) 등이 있으며,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초청강연회 운영위원회 위원, 부산교통공사 서면역 고객서비스센터 통합사업제안서 평가위원, ()대한건축학회 건축학 교육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태문 교수(bonjourlee@de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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