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9호 2017년 8월 25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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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1호 8면    2016-02-24 16:51:06 입력
[세계는 넓고 지을 집은 많다] ① 뉴욕의 집짓기 : 적응적 재사용의 이해와 IPD
로렌스 킴 교수(lawrence.b.kim@gmail.com)

 

기획의도 : 본지의 상반기 기획 세계는 넓고 지을 집은 많다는 장기화되는 국내 건축경기침체 속에서 세계의 건축시장과 국가별 건축사사무소의 현황에 대해 다룸으로써 우리 건축계가 나아갈 미래와 세계적인 건축 흐름(트렌드)을 살펴보고, 향후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코자 마련되었다. 단순히 현상적이고 학술적인 분석에 그치기보다는 보다 생동감 있는 이야기들을 수록코자 비교적 최근까지 해외에서 실무를 하고 돌아온 다양한 실무자들을 집필자로 선정해 각 국가에서 주목하고 있는 건축계의 이슈와 사무소 운영현황, 국내 건축계(건축사사무소)와의 차이점 등을 다루어 나갈 계획이다. 본 기획의 첫 번째 국가로는 미국이 선정되었으며,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등의 국가를 순차적으로 다루어나갈 계획이다.

 

 

뉴욕의 집짓기 : 적응적 재사용의 이해와 IPD

 

저자 로렌스 킴(Lawrence Kim) 교수 | 부산대학교 건설융합학부 건축학전공, AIA, LEED AP
역자 김현진 조교 | 부산대학교 건설융합학부 건축학전공

적응적 재사용가장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서비스
IPD 통한 통합적 사고 · 관리 등 건축사의 역할 달라져야


미국에서 건축사로 일한 나의 경험과 그곳의 설계 및 건설 산업의 최근 경향에 대한 기사를 제안 받았을 때, 나는 25년 전 입문했던 건축사란 직업과 지난해까지 건축업에 몸담았던 도시, 뉴욕을 떠올렸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 뉴욕에 왔던 그 때, 처음 느꼈던 도시와 그곳의 건축현장은 설렐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 당시 건축사사무소들은 매우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운영됐었다. 대형사무소는 여전히 보수적인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여러 차례의 경기 침체 후 많은 건축사()들은 더 안정적인 직장과 직업을 찾아 건축계를 떠났다.

현재 뉴욕의 건축 환경은 크고 작은 기업이 필요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유동적 방식으로 운영된다. 뿐만 아니라 회사와 직원간의 그 어떤 충성심도 사라졌다. 수십 년 전과 비교해 자신이 속한 회사에 느끼는 애착은 없어졌고 더 나은 기회를 찾으면 쉽게 이동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사실상 다수의 중형사무소가 거대 기업에 인수되거나 폐업하는 방식으로 사라졌다. 큰 야망과 에너지, 그리고 지성을 갖춘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이 세운 실험적인 소형사무소로 가득 찬 도시가 됐다. 그리고 이제 대형사무소는 각각의 전문지식을 보유한 다양한 전문 스튜디오를 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뉴욕에서 수많은 창의력과 혁신이 나오는 이유는 소형사무소와 대형사무소들이 공존하며 경쟁하고 좋은 설계와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내가 뉴욕에 도착한 이후로 건축사()들의 작업은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종이와 연필은 도면을 그려내는 방법이었고, 지우개에 의존해 도중에 생긴 실수들을 수정해갔다.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처음으로 전자지우개를 샀던 때가 기억난다. 지금은 나의 실수를 수정하려면 ‘delete’란 이름의 버튼만 누르면 된다. 요컨대 건축사의 직업 환경과 특히나 작업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무엇보다 뉴욕에서 지난 몇 년간 목격한 가장 흥미로운 발전은 다양한 기술 분야가 건축계로 유입된 것이다. 이러한 분야들과의 통합적 접근을 위해 건축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또한 변했다. 처음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입으로 팀 작업 시 USB와 이메일 등을 통한 자료 공유가 손쉬워졌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협업 프로세스가 보다 단단해졌다. 작업의 순차적 배열에 가까웠던 전통적인 발주방식은 BIM기술과 인터넷의 도움으로 점차 프로젝트 통합발주체계(Integrated Project Delivery; 이하 IPD)1)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전체 설계와 건설과정은 팀 작업이 되었고 보다 조직화 될 필요가 있었다. 오늘날 다수의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 기업 혹은 상업 프로젝트가 IPD 방식으로 완공되었으며, 의료 및 대규모 기관 시설의 건축주들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모델로 IPD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출처 : 김예상, ‘프로젝트 통합발주체계(Integrated Project Delivery)’의 개념과 실제, 『건설관리 기술과 동향』, 2012.11

출처 : 김예상, ‘프로젝트 통합발주체계(Integrated Project Delivery)’의 개념과 실제, 『건설관리 기술과 동향』, 2012.11

 

새로운 학문 분야의 등장과 적응적 재사용

수년간 나타난 뉴욕 및 다른 지역의 또 다른 발전은 새로운 학문 분야의 등장이다. 다방면에 전문한 건축사는 건축계 내에서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틈새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거의 쓰이지 않던 도시디자인(Urban Design)’ 이란 단어가 도시개발 프로젝트 어디에서나 쓰이기 시작했고, 공공공간디자인(Public Urban Space Design)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계획 및 계획수립(Planning and Strategies)이 분리된 분야로 등장했고, 이에 특화된 건축사들은 건축주가 새로운 공간과 건물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과 건축사가 참여하기까지의 중간영역에서 건축주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제 프로젝트에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계획을 조율했다. 더 나아가 건축사 및 건설사는 브랜드화(Branded Environments)’라 불리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다. 이는 건축디자인을 병합하고 이를 서비스화 하여 브랜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제 지속가능성과 환경친화건축은 더 이상 전문서비스가 아닌 뉴욕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뿌리를 둔 건축사의 기본 덕목과 의무가 되었다. 하지만 뉴욕과 미국 전역의 도시를 통틀어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변화는 바로 독립적 분야인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의 등장이다.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은 건축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문서비스이자, 다가올 미래 도시환경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보다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과 같은 곳에서는 수년에 걸쳐 적응적 재사용이 독립적 분야로 급부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나는 소형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기 위해 뉴욕으로 옮겨왔다. 서해안에서 뉴욕이란 도시로 처음 왔을 당시 놀라웠던 점은 많은 건축사들이 새로운 건물을 설계하기보다는 인테리어나 리노베이션(renovation)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다른 곳들과 달리 이미 도시의 전 지역이 가득 채워져 새로운 건물을 지을만한 빈 대지가 남아있지 않았고, 그를 대신해 건축사가 인테리어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돼 있었다. 소규모에서 중규모에 이르는 많은 사무소들은 신축 설계프로젝트를 따내기가 쉽지 않다. 뉴욕에는 관련 프로젝트 자체가 많지 않았을 뿐더러 그 마저도 대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는 비용은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비싸다. 이는 엄격한 건축법규와 노동조합의 영향과 더불어, 대개 신축을 위한 부지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고밀도의 도시환경 속에서 진행되어야 함에 따라 까다로운 공정과 긴 공사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랜드마크로 지정된 건축물 - 오래되거나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 의 수정범위를 제한하는 도시의 엄격한 보존규정으로 인해 건축주는 이미 지어진 건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4년 기준으로 뉴욕의 랜드마크 건축물은 31,000개에 달한다. 때때로 법적인 규제나 경제성에 따라 많은 건축주들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 보다는 새로운 용도로 건물을 보수하는 쪽을 택한다. 이는 뉴욕에서 새로운 전문지식과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이란 분야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적응적 재사용을 단순히 리노베이션이나 리모델링(remodeling) 프로젝트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분명 차이점이 있다. 적응적 재사용은 오래된 건물이나 대지를 본래 지어진 목적 이외의 용도로 변환하는 과정을 말한다. 여기에는 보존과 철거의 두 가지 과정이 뒤따른다.

실상 경우에 따라서는 리노베이션과 파사디즘(facadism) 그리고 적응적 재사용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한다. 적응적 재사용의 기본개념은 보존계획과 부분적인 철거이다. 본질적으로 건물 및 대지의 유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새로운 용도를 수용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실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보존하는 것과 새로 짓는 것의 상반된 개념을 다뤄야 한다는 것과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지식과 섬세한 디자인 뿐 아니라 디자인상의 결정 - 무엇을 보존하고 철거할지, 어떤 시스템과 미학적 형태를 적용할지 - 에 따른 경제적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적응적 재사용은 또한 환경친화건축을 실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이는 폐기물을 줄임으로써 환경영향과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모든 건물이나 대지가 적응적 재사용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적응적 재사용 방식을 택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상황에는 건축주와 건축사가 기존의 건축물을 철거하거나 다른 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뉴욕 파빌리온(the New York State Pavilion) 프로젝트

만약 여러분이 뉴욕에서 건축사로 일하게 된다면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적응적 재사용 프로젝트를 맡게 될 것이다. 내가 맡았던 가장 흥미롭고 도전적인 작업을 꼽자면 뉴욕 파빌리온(the New York State Pavilion)’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1964년 뉴욕 세계 박람회를 위해 미국의 유명 건축가 필립 존슨이 설계한 이 건축물은 현재 뉴욕시의 소유로, 부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지점에서부터 수년간 구조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이에 뉴욕시는 건축물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 철거비용이 1,400만 달러, 수리비용은 3,000만 달러였다. 뉴욕시와의 작업에 나는 건축물을 철저히 조사하고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기술자, 도급업자, 사적보존운동가, 교통 컨설턴트, 음향기술자들을 모아 팀을 구성했다. 시작부터 우리는 뉴욕 파빌리온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생각해 철거하는 방안 자체를 배제했다. 하지만 건축물을 수리하고 유지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 분명했다.

최종적으로 뉴욕시에 제출한 설계안은 기존의 건축물을 예술과 문화의 장소로 변화시켜 새로운 활용방식을 재발견하는 것이었다. 설계과정은 이 역사적 건축물의 특성을 파악하고 정의하여 그 요소들을 필립 존슨의 기존 설계를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용도에 맞게 적용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해체작업이나 추가 작업은 이 건축물의 과거의 영광에 누가 되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보탬이 되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계획했다. 나는 넒은 관점에서 방치하던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 설계안이 기존의 건축물을 보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위치한 공원과 주변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했다. 그것은 그 장소에 활력과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는 것이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디자인의 목표는 뉴욕 파빌리온이 이벤트가 일어나는 생기 있는 공간이 되어 50년 전의 영광과 활기를 되찾고 프로젝트 수행과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을 벌어들이는 수입원이 되는 것이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 뉴욕시는 아직도 당시 제시했던 설계안을 심의 중이지만, 막대한 비용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지역시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항이기에 수년간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 New York State Pavilion

 

적응적 재사용과 IPD(통합발주체계)

뉴욕에서의 대부분의 적응적 재사용 프로젝트가 역사적인 건축물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건축주들은 단순히 경제적이란 이유로 적응적 재사용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특히 맨하탄에서는 기존의 사무실 또는 상업 빌딩을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많았다. 아시아 투자자들의 투자유입과 금융이 안정적인 경제상황에 힘입어 지난 몇 년간 맨하탄의 고급주택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더욱이 새로운 주거건물을 지을 대지가 부족한 상황은 많은 개발자로 하여금 오피스나 호텔로 지어진 기존의 건물을 사들여 고급주택으로 전환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경향은 부동산 붐이 일던 2000년대 중반 초기부터 금융위기까지 지속되었으나 몇 년 전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욕의 주택 부동산 시장의 관례 중 하나는 많은 건축주들이 설계 발주방식으로 IPD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비용을 조정하고 전체 프로젝트의 공사기간을 줄여 결과적으로 건축주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설계 작업 중에 47층 호텔을 업무공간이 딸린 고급스러운 콘도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 프로젝트는 IPD방식으로 진행됐다. 공동 건축사들과 디자이너, 엔지니어, 건설업자, 부동산 컨설턴트 그리고 사업주가 모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매주 팀 미팅이 열렸고, 우리는 사업주에게 최고의 가치를 가져다 줄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전문지식과 재능을 쏟아 부어야 했다.

이와 같은 진행방식은 디자인 과정에서 쓸모없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해줬고, 건축사와 시공업자들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상업적인 적응적 재사용 프로젝트에서 주요 목표는 경제적인 이익이며, 건축주는 보존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건축사는 기존 건축물의 상당 부분을 수정하거나 철거해야 한다. 47층 건물의 적응적 재사용 프로젝트에서도 결국 기존 구조물들만 보존하고 건물 대부분을 철거해야 했다.

 

▲ 47 Floor Adaptive Reuse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건축사들이 해외의 적응적 재사용 작업을 맡는 기회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국제적인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적응적 재사용 프로젝트가 제한적인 설계비로 그 규모가 작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적응적 재사용과 브랜드 환경(Branded Environment) 디자인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요구하는 최첨단 디자인프로젝트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설계 작업에 최적의 전문가인 뉴욕의 건축사들에게 이 같은 프로젝트는 각자의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디자인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2008, 63빌딩의 포디움(podium)을 컨벤션센터로 바꾸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가장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여긴 목표는 컨벤션센터의 브랜드를 위한 비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브랜드 환경 컨셉이 마련되고 난 뒤, 디자인에 있어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표지판, 조명, 가구, 카펫 그리고 벽 마감 등을 포함하는 통합적인(total) 브랜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전 과정에 건축사, 디자이너, 엔지니어, 자문가 그리고 소유주와 종합 건설업자의 역할을 하는 건축주가 참여했고, 프로젝트는 참여한 모든 팀에게 유익하고 보람된 경험이 되었다.

 

▲ 63컨벤션센터

 

뉴욕, 한국의 건축 그리고

지난해 한국으로 온 이후, 나는 뉴욕에서의 업무 문화와 경험들을 되돌아보면서 여기 한국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일하는 방식의 차이에 놀라곤 했다. 때때로 나는 건축실무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건축의 교육과정은 동일하지만, 그것이 실제 실행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대부분 이러한 차이점들은 문화와 경제, 역사적인 측면으로부터 기인한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부분은 한국이 대기업 주도의 반도체, 이동전화, 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 산업의 세계적인 리더인 데 반해 건축과 건설 사업은 왜 훨씬 뒤쳐지는가하는 점이다.

뉴욕에서 개인 스튜디오를 열기 전, 나는 미국에서 혁신적이고 큰 건축사사무소 중 한 곳에서 아시아 지역 책임총괄 리더로 근무를 했었다. 당시 실무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최신의 기술력과 공법들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한국 회사들과 종종 만남을 가졌었고, 한번은 한국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한 그룹의 전자회사 소속 연구개발 대표단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미래시장으로서 스마트기술력을 알아보고 있었고, 스마트 기술력이 어떻게 건축물과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듣고 싶어 했다. 그들을 만나고 얼마 후, 다시 같은 그룹 소속의 한국 최고라 평가받는 건설사 연구개발팀과 미팅을 가졌다. 그들은 사내 BIM 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을 알아보고자 했다. BIM 기술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고 미국의 많은 회사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실무에 프로그램을 적용시켜왔던 시점이었다. 그때 그 상황은 한국의 두 산업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 쪽은 변화하는 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십 년 앞을 내다보았고, 한 쪽은 뒤쳐진 채 십 년 전을 뒤돌아보고 있었다

 

최근 한국의 건축사로부터 뉴욕에서의 최근 경향과 우리 산업의 미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다. 대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이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의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막 경력을 쌓기 시작한 25년 전을 돌이켜보며, 현재와 비교해보면 그 변화들은 너무나도 놀랍다.

 

2년 전 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 잡지사 중 한 곳에서 미국의 건축대학 학장들과 주요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어떠한 것들이 미래의 우리 직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재미있게도, 학장들과 대표들 모두 동일한 3가지- 기후변화, 통합발주(IPD), 기술발전- 의 시험대에 대해서 말했다.
앞으로 다가올 수 십 년의 세월동안 분명 우리의 산업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교육자로서, 건축사로서, 건설업자로서 이러한 시험대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리고 미래에 우리 건축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1) IPD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분절된 단계마다 서로 다른 계약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전래적인 건설공사수행체계(project delivery system)에서 벗어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단계와 참여자의 구성, 프로젝트 운영방식을 총체적으로 통합하여 운영하는 방식을 말하며, 협력을 통해 모든 참여자의 능력과 통찰력을 이끌어내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성과의 최적화, 발주자의 가치증대, 설계시공과정의 효율성 극대화 등을 목표로 한다.

그림1 출처 : 김예상, ‘프로젝트 통합발주체계(Integrated Project Delivery)’의 개념과 실제, 건설관리 기술과 동향, 2012.11

 


로렌스 킴(Lawrence Kim) 교수(미국건축사 AIA, LEED AP)는 오레곤대학교(미국)를 졸업, 콜롬비아대학교(미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AECOM 엘러비베켓(뉴욕), HWL 인터내셔널(뉴욕), 퍼킨스 윌(뉴욕)을 거쳐, 스튜디오 로렌스김(뉴욕, 2012-2015)을 운영하였으며, 지난해부터는 부산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호텔 O(오키나와 일본), 암스테르담복합빌딩(뉴욕), 크리스털프리즘 오피스빌딩(서울), 63컨벤션센터(서울), TNI 오피스빌딩(아부다비 UAE), 두바이복합빌딩(두바이 UAE) 등이 있으며, 63컨벤션센터(서울), 게이트웨이대학(뉴헤이븐 미국) 등의 프로젝트로 미국건축가협회 및 미국건축사협회 디자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밖에도 2015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주최 한국건축가협회·국제건축가연맹)에 참가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2016-02-24 16:51:06 수정 로렌스 킴 교수(lawrence.b.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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