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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8호 11면    2015-11-27 16:43:59 입력
[타박타박] ㉖ 스페인을 맛보다 2 : 바르셀로나 홀리데이
박은정 건축사(pej2202@hanmail.net )

 

201593, 스페인 여행의 시작. 앞서 김세환 건축사의 기행문 스페인을 맛보다 1 ‘마드리드에서 빌바오까지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도시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이다. 스페인의 제2의 도시이고 피카소와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배출한 도시로 유명하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여정은 단 이틀, 첫째 날은 자유여행, 둘째 날은 가이드 투어(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공원) 일정으로 되어있었다.

빌바오에서의 비행기 연착으로 저녁에서야 바르셀로나 숙소에 도착, 늦은 식사를 마친 후 시작된 자유여행 일정 짜기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자유여행 일정이 하루 있다는걸 알았지만 그 동안 무슨 배짱으로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걸까? 그렇게 새벽 3시까지 여행지와 동선, 교통편을 고민하다 잠이 들어버렸다.

 

첫째 날 아침식사 후 27명의 건축사가 1층 로비에 모였다. 세 팀 정도는 3~5명으로 구성하여 서둘러 자유여행을 출발했고, 남겨진 10여명은 의논 끝에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함께 떠나는 자유여행을 선택했다. 교통편이 해결되니 하루일정이 정리된 것 같아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작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유여행은 비록 단체여행이 되어버렸지만, 함께여서 낯선 곳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도 덜어냈고 편안함과 설렘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빛도 구름이 살짝 가려주니 달리는 2층 버스에 앉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여행하기엔 안성맞춤인 날씨다.

 

첫 번째 도착지는 스페인광장’. 정류장을 착각하고 잘못 내렸던 건지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내리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던 곳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광장 조금 떨어진 곳에 카탈루냐 미술관이 있었고 그 곳에 야간 분수 쇼가 세계 3대 분수 쇼에 들 만큼 유명하다고 한다. 여행지 공부를 게을리 했으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을 보고도 대학교라 생각하고 지나쳐 온 것 이 너무 부끄럽다.^^;;

이어 눈에 들어 온 건축물에 며칠 전 우리를 가이드 해주신 류기천 건축가의 설명이 떠올랐다. ‘아레나 데 바르셀로나’, 현재의 건물이름은 라스 아레나19세기 투우장으로 쓰던 건축물인데 외벽의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 외벽하단의 기단을 제거한 후 현대식 기단으로 받치고 있는 구조로 내부는 쇼핑센터 건물로 재건축 했다고한다. 외벽을 받치는 기단의 시공방법에 대한 의문은 여행 후 허정도 건축사가 주었던 자료 덕분에 조금은 해결되었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파빌리온

두 번째 도착지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파빌리온’. 딱히 입장료를 내는 곳이 없는 듯해 그냥 들어가려다 스텝에게 붙들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민망함이 있었지만, 건축물 내외부 공간의 간결함과 명쾌하고 뛰어난 비례감에 이내 감동에 사로잡혔다. 1929년에 건축되었다고 하니, 벌써 9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모던함과 세련미는 지금의 건축물에 비춰도 손색이 없음에 놀랐다.

 

▲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파빌리온’

 

몬주익 성

세 번째 도착지는 몬주익 성. 몬주익 언덕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너무도 짧아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17세기에 건립되어 당시 감옥과 무기창고로 사용했고 지금은 군사 박물관으로 이용 중이라 한다. 특히 이곳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바르셀로나 시와 아름다운 지중해가 보이는 최고의 전망을 갖춘 곳으로 그 명성에 걸맞게 아직도 나의 머릿속엔 파란 바다와 눈부신 하늘빛이 남아있다.

▲ 몬주익 성

 

람블라스 거리를 거닐다

마침내 도착한 람블라스 거리를 시작으로 카탈루냐광장을 거쳐 그라시아 거리 까지 여기서부터 뚜벅이 가우디 건축물 투어가 시작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했던가? 우선 허기를 달래려 식당으로 향했다. 스페인의 유명 음식 중 빠에야(볶음밥 비슷하다)와 샐러드를 곁들여 배를 든든히 채운 후, 가우디의 작품 구엘 저택으로 갔다. 자유여행 일정의 목표가 카사바트요와 카사밀라였기에 아쉽지만 외부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람블라스 거리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으로 붐볐고, 예술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으며, 각종 기념품 판매와 더불어 거리 중간 중간 꽃과 화분을 파는 가게가 많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조금 더 걸어 보케리아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입구부터 엄청난 관광객으로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바르셀로나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소리를 도착 전부터 들었던 터라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끌어안고 시장구경에 나섰다. 입구부터 두 눈을 머물게 하는 예쁜 색상들의 과일과 생과일주스, 컵 과일을 하나 사서 먹으며 시장을 한 바퀴 도는 재미도 솔솔 하다. 한국에는 없는 각종 신선한 생선, 맛있는 간식들여기서 점심을 때울 걸하는 아쉬움 속에 눈으로 열심히 먹고 왔다.^^

▲ 산타 카테리나 시장의 지붕

 

카탈루냐 광장에 도착하기에 앞서 카탈루냐 음악당과 산타 카테리나 시장의 지붕(물결치는 모양의 지붕으로 주황색, 노란색, 옅은 보라색, 녹색 등의 화사한 색상의 타일로 이루어져 있는데 타일색깔이 67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색깔은 시장에서 팔고 있는 과일과 채소, 생선을 표현한 것)을 찾아다녔다. 카탈루냐 음악당은 돌고 돌아 힘겹게 찾아갔지만, 내부는 홀에서만 볼 수 있었고, 산타 카테리나 시장의 물결치는 지붕을 보기 위해선 인근 건물을 찾아 높은 곳을 올라가야하는 상황이라 포기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사전에 정보를 알고 갔더라면 두 다리가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그라시아 거리, 가우디를 만나다

람블라스 거리를 지나 카탈루냐 광장에서 잠깐의 휴식을 한 뒤 그라시아 거리로 들어섰다. 그라시아 거리에 있는 카사바트요, 카사밀라가 우리의 최종 목적지이다. 카사바트요에 도착했을 때 쯤 오후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원래 18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인데, 1904년부터 리모델링하여 2년 후 완성되었고, 바다를 주제로 한 건축물로, 해골 모양의 발코니와 동물 뼈 모양의 기둥들이 인상적이며, 벽면에 붙은 비늘 같은 타일은 아침에 해가 비추면 형형색색의 빛을 발한다고 했는데, 이미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벽면이 그늘져 볼 수 없었다. 내부관람을 위해 입장료 예매로 긴 줄을 한 참을 기다리다 벤치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이 보였다. 가우디의 건축을 한참 응시하고 계시던 모습... 가우디의 건축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마지막 코스 카사밀라. 한국은 이미 해가 기울어 어둑해졌을 시간인데 스페인은 해가 길어 저녁 8시가 넘어서야 해가 진다. 낮이 길어 좋지 않은 것 보다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밝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 하루가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카사밀라는 1906년에 설계를 시작하여 1910년에 완공된 최고급 연립주택이다. 가우디가 어렸을 때 보았던 몬세라도산에서 영감을 얻은 건축물이라고 하며, 커다란 바위산에서 돌을 캐내는 채석장 같다고 해서 라 페드레라고도 한다. 부드러운 곡선모양이 물결치듯 지어진 건물의 내.외부 모습과 발코니에 멋드러지게 휘어져있는 검정색 철제난간들이 인상적이다. 옥상에는 병사(로마병사를 형상화한 것)들의 얼굴 같은 모습을 한 굴뚝과 환기구가 있고, 내부는 일부 당시 생활하던 모습 그대로 보전되어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현재도 사람이 살고 있다하니, 100년이 넘어도 주거공간으로 기능을 하고 있는 유럽의 건축물에 새삼 존경스러움이 느껴졌다.

 

▲ 카사밀라

 

성가족성당과 구엘공원

바르셀로나의 둘째 날은 가이드 투어가 예정되어 있어, 아주 편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오늘의 일정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성당)과 구엘 공원, 우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가우디의 명성을 가장 널리 알린 건축물이며, 1882년 착공 때부터 현재까지 기부금을 모아 공사 진행 중인 건축물이다. 40여년간 성당 건축에 열정을 쏟다 불의의 사고로 그가 눈을 감을 때 파밀리아 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눈을 감았을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한 건축물이며,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 될 예정이라고 한다.

▲ 성가족성당

구엘 공원은 가우디와 구엘 백작이 영국식 정원이 있는 이상적인 전원주택단지를 만들어 분양을 목적으로 14년에 걸쳐 계획했지만 자금난으로 공사 중 실패한 건축물이다. 곡선과 도자기타일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긴 모자이크 벤치와 파도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파도동굴, 경사지를 이용하여 만든 산책로와 돌로 만든 나무모양 등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지겠다는 가우디의 철학이 가장 잘 담겨 있는 건축물로, 만약 자금난을 겪지 않았다면 완성된 모습은 어떠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천재 아니면 기인이라 했던 가우디의 건물들을 일부 밖에 볼 수 없었지만 자연을 모티브로 하여 형상화 건물들을 보며 가우디의 상상력에 무한한 감동을 느꼈다. 또 이번 기행문이 가우디 건축물과 그의 일생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글과 사진으로 접해서 보는 감동보다는 눈으로 직접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구엘공원

 

이틀간의 바르셀로나에서의 여정이 끝났다. 나에게 있어 첫 유럽여행지 스페인너무 짧아 아쉬웠지만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곳이 바로 이곳 바르셀로나가 되지 않을까! 급조된 일정으로 시작했지만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었고 여행의 자신감을 얻어가는 계기도 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나 어색했던 건축사님들과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의지하고 웃으며 한층 더 친숙 해 질 수 있었던 계기와 또 다른 인연이 만들어진 값진 여행이었다.

9일간의 스페인 건축물의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로 우리의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었던 가이드 류기천 건축가와 바르셀로나에서는 함께 할 수 없어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스페인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꼭 다시 오고 싶은 스페인의 다음을 기약하며

박은정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혜림

박은정 건축사(pej2202@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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