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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8호 10면    2015-11-27 16:22:52 입력
[수필의 향기] (8) 오십 - 五十
ab김정호 | 시인, 수필가
김정호()

 

▲ 그림. 이종민 건축사(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


하늘 끝 가장자리에서부터 가을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날 억새가 폈다. 달빛 보다 하얀 은빛 솜털로 타오르다 가슴속에 오래된 비파하나 있어 이별과 만남이 스쳐 지난 자리마다 몸에 푸르고 맑은 곡조가 흐른다. 그리고 가을하늘은 한 없이 맑다. 맑다 못해 투명하다. 투명하다 못해 시리다. 누군가 저 하늘 끝에 앉아 하늘 끝을 열기 시작하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일 것 같은 계절. 그래서 어디론가 바람처럼 떠나가 싶다. 한 곳에 머물면 숨이 막힐 것 같아 구름처럼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은 유혹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계절이다.  

금년 여름은 나에게 유난히 가혹한 여름으로 기억 될 것이다. 뜨거운 태양보다 더한 처절한 마지막 승진시험 실패, 이제 33년의 공직생활도 몇 년 후 아니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마무리 할 시점이다. 남들은 주는 월급으로 편하게 살았다 할지 모르겠지만 33년 근무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 오랜 세월을 근무하는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업무가 시작되기 전인 한 두 시간 빨리 출근하여 나름 조직을 위해 봉사했다. 그리고 2만 여명이 넘는 조직원 중 점수나 순위 등 수치로 객관화 할 수 모든 성과 분야에서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음에도 승진에서 탈락되었다. 물론 모든 것이 내 부족함 탓 일게다.  

직종의 특수성상 일정 직급으로 5년을 근무해야 소위 ‘士’라는 자격증이 나오는 직장이라 다른 분야 공직자들보다 승진이 치열한 것만은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다른 직종은 단지 직급이나 직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을 우리 직장에서는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거나 혹은 ‘로또복권’이라고 하겠는가? 물론 나는 퇴직 후 이런 ‘士’자의 직업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더 문학적인 완성도를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승진 경쟁에서 남들에 비해 적극성이 부족했고 또 절실하지 안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소위 남들이 말하는 고소득전문직종의 ‘士’ 자격은 아니지만 ‘○○강사’, ‘○○士’ 등등 이런저런 자격 몇 개를 취득하고 있어 승진에 있어 절대적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상사나 인사부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래도 늘 누군가 말한 ‘열심히 하는 직원이 보상을 받는다’. 의미를 실천하고 또 올바른 공적으로 평가를 받아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 후배들의 귀감이 되려고 하였으나 그런 교과서적이고 원론적인 원칙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았고 변칙이 원칙처럼 통용된 세상이다.  

하긴 세상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자며 ‘石壽花香 沈江無聲’을 좌우명으로 살아온 내 삶이 잠시나마 그러한 허명에 연연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고 한심하기조차 했다. 그래 나는 지천명을 넘어서 이순으로 가는 길이지 않는가? 오십을 의미한 즉 지천명이란 말은 논어의 위정편에서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이라고 했다. 그런 나도 이제 오십을 넘고 이순(耳順)으로 가는 길이다.  

세월은 정말 순식간이다. 이쯤 되면 中年이 아닌 重年이랄까? 이런 나이를 흔히 여자는 남자가 되고 남자는 여자가 되는 나이라고 한다. 그래서 눈물도 많아지는 시기라 드라마를 보거나 혹은 먼 들녘에서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에도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또 나이를 보태기보다 나이를 빼기를 좋아하고, 잡아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어슴푸레 깨닫는 나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사람 냄새가 그리워지는 나이다.  

흔히 농담으로 오십이 된 여자에게 필요한 네 가지와 필요 없는 한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필요한 네 가지는 건강, 돈, 친구, 딸이고, 필요 없는 한 가지는 남편이라고 한다. 반면 오십이 된 남자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는 부인, 마누라, 처, 아내, 와이프라 하니 시대가 변화고 사회가 변했다 해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50대 가장의 서글픈 현실을 투영한 유머는 아닌지?  

이러한 오십대는 쉽게 말해 빼도 박도 못하는 나이이며, 다른데 쳐다보지 말고 가던 길 계속 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말이 꼭 서글픈 의미만 담고 있는 건 아니다. 대개의 경우 인생에서 가장 안정적인 시기가 오십대로 보는데, 나름대로 살아 온 길을 뒤돌아보면 경제적으로는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 그런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은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늙기 시작하지만 꿈이 있다면 결코 늦지 않다. 나이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52세에 TV 쇼핑을 휩쓴 하아드론사의 창업자 하비 토먼, 44세에 시작해 12년 만에 완성한 뿌리의 작가 알렉스 헤일리, 44세에 창업해 유통시장에 혁명을 일으킨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 마흔에 소설을 시작한 박완서, 헤르만 헷세 등 그렇다고 나이가 훈장은 아니다.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는 걷잡을 수가 없다. 올곧은 말은 곧 내침을 당한다, 없는 말 하면 칭찬받고 좋은 사람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자기 패를 함부로 내보여서 안 되는 시기다.  

요즘 현실은 사십대에 명퇴 당하고 오십대에 경제적 기반을 잡지 못하면 노후가 참 쓸쓸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오십은 새로움에 대한 변화도 적어 화려하거나 겉으로 주목 받는 시기도 아니다 또 50歲를 반백이라고 하고 사람이 한 백년 산다고 할 때 이제 절반일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자신 있게 살아온 삶이면 그러한 허명이나 경제적 기준으로 성공 척도를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삶을 비관하고 실패했다고 한 것은 남의 잣대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가의 삶의 잣대를 남의 눈금으로 재면서 부질없이 주눅 들거나 또 스스로 위축되어 살기 있기 때문만은 아닌지 우리 인간은 늘 멀고 높은 곳만 바라보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밤길에 뒹굴고 있는 낙엽들의 아름다움을 볼 줄 모르고 흔히 손에 닿지 않는 것만 추구하고 있다. 진실로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삶에 부끄러움이 없고 당당하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사람인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난 결코 실패한 삶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내 삶은 아직 여여(餘餘)하므로......

 

오십(五十) 

욕심 가득 채우고/허튼 길 넘보며 살아온 날들/한 장 강물이 풍경처럼 스며들고/안개처럼 희미한 슬픔으로 뼈를 깎던/그 겨울의 마른 갈대를 어찌 잊으리/사람 같은 사람이 드문 세상/조금 알 것도 같은 나이인데/이제, 거짓 같은 아픔에/소리치지 않으리/세상 작은 잡음에/더 이상 연연하지 않으리//다시 찾아오는 늦가을/풀벌레 창문열고 들어와 가락 치는 밤/빈 창가에 걸터앉아 고개 숙이고/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죄 값/달게 받으리//  

- 졸시 5비토섬 그 곳에’- 시집 중-

 



김정호 | 시인, 수필가 

김정호(金正浩)61년생으로, 季刊 시의나라 신인상(), 月刊 문학광장 신인상(수필)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다. 그는 한국작가회의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바다문학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우리 시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공무원으로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시집 바다를 넣고 잠든다, 추억이 비어 있다,억새는 파도를 꿈꾼다, 상처 아닌 꽃은 없다, 비토섬 그 곳에, 빈집에 우물하나등이 있다.

 

2015-11-27 16:22:52 수정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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