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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8호 2면    2015-11-27 14:26:50 입력
[시론] ‘되게 하는 바탕’을 만들자
ab문화·기술·사람이 융성하는 부산을 위해
유재우 교수(dduel@pusan.ac.kr)

 

세계로 흐르는 한류(韓流)

지난 주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대학에서 서울 답사 후 부산을 방문하였다. 학생들에게 뭐가 좋더냐고 물었다. 서울에서 조사도 많이 했지만 연예기획사 근처를 한참 배회하고 왔다고 말한다. 9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의 젊은이들은 한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문화제국의 동력인 중화(中和)의 나라 중국에서 한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류란 한국 문화가 중국이나 세계 문화로 소통하는 흐름이다. 한국인의 영화, 가요, 연예, 공연, 패션, IT, 콘텐츠 영역의 문화적 수준은 단연 세계적이다. 건축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재능과 끈기가 많은 한국의 건축문화도 곧 한류의 중심으로 합류할 것이라 믿는다.

 

부산에 흐르는 한류(寒流).

올 여름 일본 인사들이 부산을 둘러본 후 미소를 짓는다. 부산에는 전문가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황당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반증할 만한 것이 없다. 좀 불쾌하다.

부산의 건축은 어떤가? 건축이 만들어지는 바탕은 어떤가? 대충 살펴보면, 민간의 경우 건축주는 몇 단계에 걸친 소개를 통하거나 공공의 경우 과거나 미래의 공약 실천하기 위해 예산 규모를 대략 정해서 사업을 벌인다. 참여하는 전문가가 적절한 계획을 제시하지만, 계약 후에는 업무가 추가되고 수정되며 많은 요구들을 요청받는다. 변경된 조건 내에 또는 임기 내에 달성해야 되므로, 시간도 많 않다. 전문가는 예산 내에서 여러 번 고쳐가는 과정에서 적자와 피로가 누적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사이 양심과 본질이 빠지고, 구겨지기도 한다. 건축주는 신축건물 앞에서 내가 싸게 크게 지었다라고 말한다. 은근과 끈기의 나라, 한국에 경제성장기 이후부터 크게, 빨리, 싸게풍토인가? 제도나 계약의 문제인가?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 도시인 후쿠오카의 도시 분위기는 부산과 아주 다르다. 젊을 때부터의 의문인 그 차이, 왜 그럴까 묻는다? 일본에서는 건축이란 공적 자산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작하면 사적 차원을 공적으로 양보한다. 일본의 지자체에는 생각의 시작부터 공공적 관계를 만드는 기술과 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지자체장의 임기 내에 끝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다. 전문가와 주민들이 참여해 몇 년간이나 기획과 계획이 이루어진다. 결국 시행착오 없는 좋은 건축이 도시에 남게 된다. 주민과 의회 그리고 전문가가 실질적으로 합의를 도출할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문화적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바탕에서 두 도시는 다른 모습이 된다.

 

문화, 그 얼과 꼴의 풍토

생각해 보면, 문화란 되게 하는 바탕이다. 문화란 속에서 만들어지는 을 포함하는 총상(總相)적 관계로 상호 융성한다. 건축계의 전문가인 건축사가 사업 초기에 제안한 계획에서 빠지고 다른 이 되어버리니, 건축도 건축사도 해진다. 이런 건축들이 공간을 채워간다. 학창시절 혼을 다하며, 건축을 꿈꾸던 예비 건축사는 현장에서 혼이 난다. 혼이 나간다. 일부는 대충 맞춰주면 되는 풍토 속에서 전문가가 되기를 포기한다. 부산을, 건축계를 떠나기도 한다. 우리 도시에는 건축전문가가 필요 없는 것일까?

100년 후에도 도시·문화적 자산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건축물이 부산에는 몇이나 될까? 만약 없다면 우리의 자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부산의 몇 개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에서 외국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다. 한국의 건축, 부산의 건축는 실력이 없는 것일까? 단연 아니다. 이유는 되게 하는 바탕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와 기술, 사람이 융성하는 부산

지난 부산 시정 방향이 강하고 큰 부산이었다. 올해 문화와 기술, 사람이 융성하는 부산으로 달라졌다. 구호에 문화가 있어 다행이다. 구호의 문화와 기술, 각기 다른 존재이지만, 하나이다. 문화를 만드는 기술, 기술을 만드는 문화, 그 속에서 사람이 융성하게 된다.

국가 경쟁력이 도시가 되는 세상이다. 국제적인 도시에는 정체성과 지역적 매력이 있어야 된다. 부산의 도시·건축적 기반은 아직 빈약하다. 과거 일제의 건축은 대부분 철거되었고, 경제성장기에는 크게, 빨리, 싸게지었기 때문에 도시의 기억이 축적될 수 있을 만한 자산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남아있다 해도 그 건축적 수준은 박약하고, 구조적 수명마저 몇 년 남아있지 않다. 현재 남아있는 건축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향후의 도시재생 자원도 고갈될 한계가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집들, 벽이 삭아서 허물어지기 전, 지금 우리는 잠시나마 벽화만 그리고 있어야 할 뿐인가?

환태평양, 유라시아 관문도시인 부산을 위해서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할 수 있는 바탕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야 한다. 전문가를 기다려주는, 믿어주는, 끌어주는 풍토에서 부산 사람은 더불어 융성해 질 것이다. 한 해가 저물고, 새 해에 기대한다.


유재우 교수는 부산대학교 건축학전공 교수(공학박사)이자 건축사(5703)로 현재 대한건축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부회장직을 수행하며, 부산의 건축문화발전에 힘쓰고 있다. 유 교수는 최근 부산의 근대지형(1900~1970)을 재생하고자 하는 조사연구와 부산의 도시재생에 적용 가능한 한국의 살림집인 소규모 복합집합한옥을 현재적 상황에 현실적으로 맞추고자 하는 설계공모전(三間集, 五氣通, 부산경사지형 집합뜰집)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한국의 뜰집(2013.11, 기문당) 공저 등이 있다.

 

 

유재우 교수(dduel@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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