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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6호 2면    2015-09-18 10:25:02 입력
[시론] 건축사의 자리를 찾습니다
ab김정관 건축사 | 본지 논설위원, 에스지에이 건축사사무소
김정관 건축사(kahn777@hanmail.net)

 

불상을 조성하는 사람을 불모(佛母)라고 부른다. 불상의 상호(相好)는 불모를 닮아 있다고 하는데 그 외모만 비슷하다고 한다면 아마도 깊은 신앙심이 우러나올 수 없을 것이다. 석굴암 본존불을 본 한 외국인이 나는 불교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 앞에 서서 머리를 숙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석굴암 본존불을 조성한 불모는 아마 이 불후의 명작을 조성하기 위해 부처님에 대한 깊은 신심은 물론이요 뼈를 깎는 노력과 죽음을 불사하는 열정의 마음을 다하지 않았을까? 그 불모의 마음이 우리에게 전해져 그 앞에 서면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리라.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사도 불모와 다름 아닌 위치에 있을 것이다. 비어 있는 땅에 건축물이 세워지면 주변 환경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하고 최소 몇 십 년 이상 쓰게 되는 내구연한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쓰고자하는 기본 목적에 알맞아야 하며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삶이 행복할 수 있도록 지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명작 건축물들은 거의 다 열정과 정성을 다해 작업한 건축사들의 설계와 감리 과정에 얽힌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안고 있다.

호주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설계경기에서 일차심사에서 탈락된 안을 내었던 요른 웃존이 설계자로 선정되는 과정도 특별했지만 1957년 시드니로 건너와 감리를 맡게 되지만 주정부 당국자와 마찰을 겪으면서 5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덴마크로 돌아가고 만다. 웃존은 그 후 시드니하우스는 물론 호주를 2006년까지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을 정도로 설계자로서 굽히지 않는 패기를 알게 한다.

스페인을 떠올리게 하는 바로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 착공되어 설계자인 안토니오 가우디의 타계 이후에도 2026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루이스 칸과 안도 타다오는 그들의 삶이 그들의 작품을 위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말하는 건축가라는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정기용 건축사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그의 작품을 위해 헌신했다. 이처럼 명작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쓰기 위한 단순 목적을 떠나 사람들에게 감동과 함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수많은 방문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람이 집을 만들고, 그 집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영국의 위대한 지냈던 윈스턴 처칠 경이 말한 건축에 관한 명언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집을 세 번이나 옮겼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사람이 사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하는 한다. 예나 지금이나 집과 그 주변, 더 나아가 주거 환경은 분명히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를 전역을 점령해 버린 아파트는 설계자인 사업자의 수익가치가 우선한 주거상품으로 만들어지기에 설계자인 건축사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아파트가 아닌 건축물도 각종 심의와 행정 편의에 우선한 규제로 건축사의 의지는 무시되기 일쑤이다. 이러한 여건으로 건축사의 작업 의지가 실종된 이 시대의 건축물은 사람들에게 어떤 감흥이나 생동감을 일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처칠 경의 말씀이나 맹모의 아들을 위한 마음씀씀이처럼 집이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이 시대의 집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건 뻔한 일이다.

어머니가 누구인지 모르는 고아처럼 이 시대의 건축물에 건축사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의 준공식에 설계자가 초대되지 않아도 아무도 의아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준공표지석에 시공자와 감리자는 새겨지지만 설계자인 건축사의 이름이 빠져있다는 건 분명 본말이 전도된 기가 막힌 일이다. 그 건축물의 어머니를 무시하고 고아로 만들어 버리는 처사가 아닌가?

최근 공고된 주한 프랑스대사관저 설계공모에서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기존 건축물을 철거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어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반발이 일자 그 내용에 대해 확정된 바가 없다는 대사관측의 발표가 있었지만 건축사를 무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일조를 하지 않은가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 작품은 1960년 설계경기를 통해 프랑스 유명 건축사 6명의 작품 대신 김중업 선생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또한 선생은 대사관저 준공 이후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공로훈장과 함께 슈발리에(기사) 칭호도 받았음에도 보존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니.

건축물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그 그릇에 어떤 삶을 담아야 하는지는 굳이 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기에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삶을 담을 수 있도록 의도된 설계를 하는 건축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라도 우리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건축사의 제자리는 꼭 찾아져야 한다.

 


김정관 건축사는 현재 에스지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이며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조직위원회 감사를 맡고 있다. 본지 4,5대 편집주간을 역임했으며 지령100호를 기념하는 건축작품집 건축유전1’을 기획 발간했다.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같은 대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일신설계, 중원건축에서 실무경력을 쌓았으며 건축전문지 이상건축편집장 대행으로 건축매체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부산대학교, 신라대학교에 11년간 겸임교수로 출강했고,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주택 작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입재2010년 부산다운 건축상 은상을 수상했다. 최근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에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수필가로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글을 쓰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다

2015-09-18 10:25:02 수정 김정관 건축사(kah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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