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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3호 11면    2015-06-22 17:52:42 입력
[타박타박] ㉒ 그 동네의 진짜 이야기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대학로에서 낙산공원으로 오르는 비탈길에 자리한 이화동 마을에는 1950년대부터 주민들이 모여 현재 14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낙후된 산동네였던 이 마을은 문화관광부가 주관한 낙산공공미술 프로젝트(2006)’를 계기로 이화동 벽화마을로 변신했다. 낡은 계단에는 화사한 꽃이, 회칠한 벽에는 알록달록한 벽화가 수놓아졌고, 그렇게 예술마을로 입소문을 타던 이화동 마을은 2010KBS예능프로그램 <12>에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봄이 여름으로 바뀌어갈 때쯤, 이화동 마을을 찾았다. 부산시와 ()부산국제건축문화제가 주관한 2015 도시건축우수사례탐방에 동행한 것. ‘소통과 상생을 위한 재생이야기를 주제로 한 이번 탐방은 528일과 29일 양일간 서울 및 안양일대에서 진행됐다.

 

이화동 마을

이화동 마을에 도착하니 쇳대 박물관 최홍규 관장이 우리를 맞이한다. 마을의 주민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모습이다.

이화동 마을과 최 관장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산공공미술 프로젝트추진 당시 벽화작가 중 한 명이었던 그는 마을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을 문화유산으로 탈바꿈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어떤 이들은 이 마을이 낡고 쇠락했다고 했지만, 내게는 마을 전체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보물 그 자체였다고 말하는 최 관장은 그간 건축가, 화가, 금속공예가 등과 이화동 마을박물관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마침, 올해로 4년차를 맞이한 프로젝트를 기념하는 특별전 <이화동 마을박물관 2015>(58~67, 주관 쇳대박물관, 후원 서울시)가 열리고 있었다.

 

▲ 쇳대 박물관 최홍규 관장

이화동 마을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조성하는 시민립(市民立) 박물관을 지향한다. 마을 곳곳에 15개의 작은 박물관을 세워 운영하는 내용으로, 일대에 연고를 가진 문화예술인들이 이화동 영단주택들을 매입하고 고쳐 공공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서울시 또한 빈집 10채를 매입하여 프로젝트에 활용토록 했다. 미술공예품을 전시한 박물관은 물론이고 봉제박물관, 장난감전시장, 책 공방, 부엌용품 박물관 등 소재와 내용도 친근하고 다양하다.

 

▲ 이화동 마을박물관

 

단연 눈길을 끄는 곳은 주민협의회가 직접 운영하는 이화동 마을박물관과 마을 텃밭. 외부 전문가 및 지자체의 주도로 실행되던 기존의 마을 재생프로젝트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 하겠다. 물론 여전히 그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숙제는 남아있다. 그러나 이화동 주민협의회는 박물관 판매수입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통한 임대소득 등 주민과 마을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 중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이화동 마을이 주민들의 참여 속에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주민들의 공간으로 변해가길 기대하는 최 관장의 바람과도 그 뜻을 같이 한다.

 

계동, 공간잇기

우리의 도시, 동네, 마을로 대변되는 지역사회를 재조명하려는 노력은 계동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현대사옥이 위치한 동네, 원서동 일대 북촌의 중심에 계동이 있다. 물길과 능선을 따라 곗골이라 불리던 동네가 계동이라는 이름을 얻은 지도 벌써 100년이 지났다.

지난해 계동 100년의 역사를 찾아 진행된 프로젝트 공간잇기는 지역사회를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하여, 현재 우리 시대가 바라보는 공간의 개발, 복원, 보존의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기획됐다. 계동은 그 첫 시작점으로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공간디자이너 서준원과 사진작가 강다원은 계동이라는 공간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복원해 보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렇게 그들은 1914년부터 현재까지 계동의 약 100년사를 대표하는 100곳을 선정, 일러스트작가 강혜숙의 도움을 받아 계동 100, 시간을 품은 지도를 제작했다. 무려 14개월간의 긴 조사 끝에 맺은 결실이다.

 

▲ 계동 100년, 시간을 품은 지도

 

선정된 100개의 장소는 크게 일제시대, 한국전쟁·새마을운동, 산업화 시대, 현재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눴고, 서로 다른 색을 칠했다. 한 장소가 변한 곳은 여러 개의 색이 덧입혀졌으며, 이로 인해 지도에는 공간 뿐 아니라 시간과 사람의 흔적까지 함께 기록됐다.

지도를 받아들고, 강다원 작가의 안내에 따라 계동 100년 시간여행에 나섰다.

출발지인 북촌문화센터(1921, 창덕궁 비원 연경당을 본따 지은 집, .계동마님댁)를 시작으로, 1940년 개소 이후 여전히 영업 중인 최소아과, 독립 운동가였던 몽양 여운형의 집터(.안동칼국수), 과거 양은냄비공장으로 흉물이 된 곳을 재탄생시킨 물나무 흑백사진관과 중앙탕 옆 두 시대(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70년대 그리고 옛 모습을 재현한 2010년대의 전통모양)를 담은 담벼락, 석정 보름우물, 창덕궁 돌담 옆 빨래터 등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그저 평범하게만 보이던 동네에 100년의 켜가 더해지는 순간, 공간을 스쳐간 시간의 흔적들로 인해 눈앞의 공간이 새롭게 살아 숨 쉰다. ‘공간잇기의 힘이 바로 이것일까.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리(사람)를 잇는 그들의 다음 프로젝트가 기대됐다.

 

▲ 최소아과 의원

 

서촌 나들이

이튿날 찾은 서촌(西村)은 옛 지적도와 현재를 비교해 봐도 일치하는 골목이 꽤 많을 정도로 아주 오래된 동네다. 청와대 옆이라는 지리도 한몫했다. 개발에 대한 규제가 옛 모습의 보존과 삶의 연속성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 덕분에 한때는 시대에 뒤쳐진 동네였지만, 지금은 희귀하고 소중한 가치를 품은 동네가 됐다.

서촌 토박이이자, 지역문화 콘텐츠 기획자인 설재우(지역문화 콘텐츠 연구소 GIUT)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스스로를 문화해설사라 소개 한 그는 서촌 소식지 월간 서촌라이프의 발행인이자, 서촌을 찾는 사람들에게 직접 동네를 안내하는 서촌의 관광 가이드다.

 

▲ 윤덕영의 벽수산장 입구 흔적

 

옥인동 입구에 위치한 통인시장을 시작으로 서촌 나들이가 시작됐다. 지금은 도시락카페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오랜 전통을 지닌 골목형 재래시장으로 서촌과 함께 숨 쉬어 온 곳이다. 이어 친일파 윤덕영이 조선후기 중인들의 문화적 아지트였던 송석원(松石圓)을 매입해 지은 별장 벽수산장의 터(현재 입구의 흔적만 남았음)를 비롯해 박노수 미술관(.윤덕영 딸의 집), 윤동주의 하숙집 터,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관사 등 서촌의 숨겨진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점을 찍은 곳은 인왕산 아래 자리한 수성동 계곡. 수성동계곡은 1971년 지어진 옥인시범아파트 철거(2010) 당시 발굴됐고, 그 역사적 가치(겸재 정선의 작품 <수성동>에 등장하는 풍경)를 인정받아 공원으로 복원됐다. 그리고 낡은 아파트가 사라진 자리에서 조선시대의 계곡을 만나는 이색적인 경험은 서촌을 사람이 아닌 시간이 만든 동네라고 일컬은 설재우의 말을 이해시키기에 충분했다.

 

▲ 수성동 계곡


▲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 ‘수성동’

 

이화동 마을과 계동, 서촌을 둘러보며, 지역(동네)을 빛나게 하는 힘은 그 동네의 진짜 이야기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덧입혀지는 공간과 사람의 무수한 이야기들, 그것이 얽히고 설켜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되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

지역을 되살린다는 명목 하에 진행되는 작금의 도시재생에서, 어쩌면 우리가 이토록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2015-06-22 17:52:42 수정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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