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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2호 11면    2015-05-20 13:16:19 입력
[건축을 보다] ㉘ 학교, 네모의 틀에서 벗어나다

 

 

몇 개월 전 부산 정관 신도시에 갔다가 한창 새 학교 건물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내 아주 어릴 적 유행했던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이 노래가 1996년에 나왔으니 20년이 지나도록 참 한결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그렇게 짓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학교는 딱 학교처럼 생겼다.

운동장이 달린 낮은 성냥갑 건물! 언젠가 선배 선생님으로부터 직육면체의 부피를 구하는 수학수업에 교실과 학교건물을 이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 이것이야말로 실생활을 활용한 수업이구나!’하고 감탄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쩐지 씁쓸하다. 군더더기 없이 각진 직육면체 속에 아이들이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일까? 아이들이 학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갑갑해하는 것은 교육(제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환경적 측면도 한 몫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넘치는 에너지로 이곳저곳을 뛰노는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뛰면 위험해’, ‘복도에서 뛰면 위험해’, ‘거기에 올라가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내뱉는 말이다. 온통 각진 공간과 물건들이 내 눈에는 어찌나 두드러져 보이는지 모른다. 쉬는 시간 10분 안에, 그것도 무려 5층에 위치한 교실에서 운동장까지 내려가 놀다 오라고 하는 건 교실에 얌전히 앉아 있어라는 말과 같다. 같은 층에 아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처럼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없으니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갑갑하게 느낄 뿐더러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환경의 아이들에게 시대는 창의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것은 천편일률적으로 네모난 교실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요구가 아닐까?

 

▲ 까사바트요

 

본디 자연은 곡선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선보다 곡선에 부드러움과 안정감,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 곡선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창조물이 나올 수 있는가를 가우디의 건축물을 통해 느꼈다.

지난해 여름, 나는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갔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빼놓고는 바르셀로나를 이야기 할 수 없단 말은 직접 가보니 더욱 실감났다. 파밀리아 대성당, 구엘공원, 까사밀라, 까사바트요 등 건축물이 이렇게 경이로울 수 있구나하며 감탄한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여러 나라에서 으리으리한 궁전과 성당들을 봤었지만 말이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해오던, 동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건축물이 실제로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리라.

내가 특히 좋아했던 건축물은 까사바트요. 그 건물에 숨겨진 가우디의 의도는 여러 가지 설로 남아 있다. 그 중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르셀로나 전래동화 격인 조르디 성인의 전설을 하나의 건축물로 표현했다는 설로, 이는 조르디 성인이 용을 물리치고 용이 흘린 피에서 피어난 꽃으로 공주에게 프로포즈를 했다는 내용이다. 용의 비늘을 표현한 표면에 피로 물드는듯한 그라데이션(gradation)이 있는 지붕, 그리고 용의 척추 같은 지붕 테두리, 장미꽃 모양의 테라스, 용이 먹어치워 뱃속에 들어있는 듯한 해골모양의 테라스 등이 그 증거이다. 내부 또한 척추를 연상시키는 계단과 곡선의 미를 잘 살린 천장이 사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창의적인 디자인이 환기, 채광 등 주거지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간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또 어떤 영감을 줄까? 창의성은 세심한 관찰에서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건축물과 공간은 그것을 접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창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토대로 학교건물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무엇보다 일괄적인 직육면체 형태를 버려야한다. 학교마다 입지조건이 다른 데도 그 형태는 다 동일하여 개개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내가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학교 뒤편이 바로 산이고, 앞쪽으로는 낙동강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을 인지하는 사람이 학교에서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두 건물을 잇는 복도의 양 옆으로만 낙동강과 산(그것도 아주 일부만)이 보일 뿐이며, 그곳에 머물러서 감상할 일은 거의 없다. 직육면체의 건물은, 이렇게 자연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입지조건을 아무 쓸모없게 만들어 버렸다.

마지막(최고) 층의 천장이 좀 유연한 형태의 통유리로 되었다면 산을 바라보며 사계절의 기운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복도에 벤치가 설치되었다면 그곳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면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색의 공간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외국의 한 학교도서관 사진을 보니 한쪽 벽이 통유리로 되어있고, 그 너머로는 온전히 숲을 마주한다. 자연의 품에 폭 안겨서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환경을 주고 싶다.

자연은 우리의 감각을 깨워주고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한다. , 자연을 통해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디 인성교육 뿐이겠는가? 개방적인 구조와 자유분방한 디자인은 아이들의 사고를 깨워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어느 책에선가는 디자인은 단순한 멋 부리기가 아니라 깊은 생각의 반영이고 공간에 대한 배려라고 하였다. 학교건물이 우리 아이들의 인성과 신체적정신적 건강함을 위해 깊이 생각한 결과물이길 바란다.


 조희영 교사 | 동궁초등학교, 부산교대 졸업  

 

 

2015-05-20 13:16:19 수정 조희영(jhy-2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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