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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0호 7면    2015-03-17 15:50:01 입력
[타박타박] ⑲ 봄날의 미술관을 좋아하세요?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웅장하지 않고, 그저 걸으며 담담히 볼 수 있는, 그러나 그렇기에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건물이 있다. 어느 덧 성큼 다가온 봄, 갑갑한 도심을 떠나고 싶은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느림과 쉼표의 미술관, ‘뮤지엄 산을 소개하려 한다.

 

안도 다다오는 1995, 프리츠커 상을 받았다. 그의 유명세는 그 전부터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되어왔지만, 국내에서 직접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은 제주의 지니어스 로사이와 글라스 하우스가 처음이다. 2012, 마찬가지로 제주에 본태박물관이 지어졌고, 2013, 강원도 원주에 뮤지엄 산이 지어졌다.

그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 , 바람, 그리고 노출콘크리트. 우리에게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노출콘크리트는 그에게서 발원되었다. 그의 건축은 자연에 녹아드는 조화가 두드러진다. 땅과 빛, 바람은 물론 주변의 건물과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땅이 가진 잠재적인 힘을 이끌어 낸다.

안도는 건축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이라 했다. 또한 건축이 외적인 조건을 다루거나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나 음악을 접했을 때처럼 감각이 깨어나고 지적인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뮤지엄 산에는 그의 건축철학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 뮤지엄 산 전경

 

겨울이 끝나갈 무렵, 해발 275m, 산꼭대기에 묵묵하게 서있는 뮤지엄 산을 찾았다. 뮤지엄 산은 20135한솔뮤지엄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그리고 이듬해 8뮤지엄 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SAN)’은 자연 속 공간에 예술품을 품고 있는 미술관 특성을 살려 ‘Space(자연과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Art(예술작품)’ ‘Nature(미술관과 미술관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풍광)’를 뜻한다.

국내 컬렉터 1세대인 한솔문화재단의 이인희 고문이 설립한 미술관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산 속에 둥지를 틀어 개관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 미술관에서 큰 인상을 받은 그가 자신이 수집한 근현대 미술품의 전시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

대지면적 71,172, 관람거리 2.3km에 이르는 이 거대한 미술관은 그의 바람대로 대자연의 한 가운데를 파고들었다.

기본설계를 맡은 안도(실시 및 감리 일송건축, 시공 한솔건설)2005년부터 스케치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8년여의 시간에 걸쳐 설계를 완성했다.

 

 

안도의 건물 중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무엇인가 숨어있다. 뮤지엄 산 또한 미술관 주차장에 들어서는 길부터 목적지를 보일 듯 말 듯 하게 숨기는 안도 건축의 묘미가 드러난다. 둥그런 돌담을 따라 느릿하게 들어서면 마침내 월컴센터가 우리를 반긴다.

웰컴센터를 지나면 돌담 사이로 널찍한 마당이 보이고, 그 중심에 위치한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의 거대한 강철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플라워가든이라 불리는 이곳은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80만주의 패랭이꽃이 만개할 때면 더욱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 플라워가든 - 자작나무 숲길

 

플라워가든의 끝에는 자작나무 숲길이 놓여있고, 그 숲길을 지나 돌담을 돌아서는 순간, 미술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례적으로 경기도 파주에서 가져온 파주석으로 장식된 본관 외벽은 우리네 돌담을 닮았다.

입구로 향하는 외길의 양쪽으로는 얕은 연못이 일렁인다. 안도의 건축에서 물은 얕고 잔잔하다. ‘흐르듯 흐르지 않는잔잔하고 얕은 물은 주변의 나무와 바람, 그리고 하늘과 어우러져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속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 길고 적막한 워터가든은 그렇게 한 번 더 도시의 지친 하루를 걸러낸다.

 

▲ 워터가든

 

알렉산더 리버만의 조각품 아래를 지나 건물로 들어선다. 두 개 층의 건물은 종이전문박물관이었던 한솔종이박물관을 모태로 한 페이퍼갤러리’, 이인희 고문의 호를 딴 청조갤러리로 이뤄졌다. 청조갤러리는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중 원형 전시실은 백남준 작품 전용공간이다.

안도의 상징인 노출콘크리트로 꾸며진 실내는 빛의 명암을 대비시켜 극적인 요소를 끌어낸다. 그는 긴 띠창과 천창을 이용한 간접조명을 택했다. 틈새로 새어나오는 빛들은 공간을 채우기도 하고 벽면을 비추기도 하며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공간을 채워나간다.

 

▲ 미술관 내부

 

뿐만 아니다. 날카로운 선이 살아있는 건물의 구석구석은 일본건축 특유의 도전적인 직선과 각의 맛을 생생하게 전하는 한편, 전시실을 옮겨 다니며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유리창은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동행한 김태훈 건축사(본지 편집위원, TNP엔지니어링건축)차갑고 조용한 콘크리트 내부로 빛이 스미고, 흐르는 물이 비칠 때, 물과 빛이 노출콘크리트에 그리는 거대한 그림이 곧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를 미리 예측하고 설계한 안도에게 경의를 표했다.

 

▲ 미술관 내부

 

 

본관 건물을 나서면, 조지 시걸의 조각 두 벤치 위의 연인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가든이 펼쳐진다. 안도는 뮤지엄을 짓기 위해 파낸 돌을 한반도 8도와 제주도를 상징하는 9개의 돌무덤으로 다시 쌓아 스톤가든을 만들었다. 과거 산악자전거장으로 활용되던 대지에 세워진 미술관의 특성상, 자연을 해치치 않으려 한 흔적이 여기저기 스며있는 셈이다.

뮤지엄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제임스 터렐관. ‘스카이스페이스’, ‘호라이즌 룸’, ‘간츠펠트등 총 5개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상설관이다. 제임스 터렐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빛의 아름다움과 상상 너머의 공간을 창출하여 무한함 공간감을 느껴지게 하는데, 이는 빛의 명암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안도의 건축과도 많이 닮아있다.

 

▲ 스톤가든

 

뮤지엄 산은 안도의 근작 중 가장 큰 규모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이곳을 이례적으로 비중있게 소개하며 어디에도 없는 꿈의 미술관이라 극찬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 한솔이 전시하고 있는 종이 예술품,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미술작품 등을 환상적이라 평가한 것. 그렇게 변변찮은 공공미술관 하나 없던 강원도 산골짜기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유료관객 101,362명이 다녀갔다.

"훌륭한 건축의 조건은 인간과 자연, 공간의 합일점을 찾는 것"이라던 안도 다다오. 그의 말을 빌자면 뮤지엄 산은 감히 훌륭한 건축에 속한다 할 수 있겠다.

따뜻한 봄, 도심을 벗어나 예술이 된 자연 속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2015-03-17 15:50:01 수정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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