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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9호 9면    2015-02-16 15:47:00 입력
[건축, 그 출발점에 서다] ㊶ 다시, 출발점에 서다
ab한예솔 |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2015, 이제 마지막 학년이 되었다 

건축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중학교 시절, 건축이란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건축학과 전공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대학생이 된지도 4년이나 흘렀다. 이렇게나 긴 시간동안 하고 싶어 했던 건축인데, 졸업을 1년 앞둔 지금, 나는 지쳐있었다. 시작할 때의 그 생각과 마음을 잊고 있었고, 그저 졸업과 취업에 대한 고민으로 정체된 상태였다. 나는 이런 현실에서 도피할 곳을 찾았고 그것이 해외봉사였다. 취업을 염두에 둔 면도 있었고, 마지막 대학생활을 원했기도 했다. 하지만 절실하진 않았다. 잠시 쉬어가기위해 기대하지 않고 방향을 틀었는데, 다시금 아름다운 출발점이 될 줄이야 

부산대학교 제19기 미얀마 해외봉사단 미술 교육팀에 지원을 하였고, 서류 통과 후 면접을 보면서 해외봉사를 기대하게 되었다. 미술 교육팀 면접에서의 첫 질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건축학과 전공인데, 미얀마 초등학교에 가서 아무런 준비 없이 빗물저장탱크를 만들어야 한다면, 할 수 있습니까?” 미술교육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내 얼굴에서 순간 당황한 웃음이 튀어나왔다. 순간 정신을 차리고 전공을 살려 만들 수 있다는 답변을 하였고 미술교육에 대한 면접이 이어졌다. 단지 내 전공에 대한 질문일 뿐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대답은 현실이 되었다.

 

 

미얀마는 열대지방으로 우기 때 모여진 빗물을 건기 때 사용하기 때문에 빗물저장탱크와 물을 담아 쓰는 수조를 만들어 사용한다. 봉사를 갈 초등학교에는 이 수조가 필요하였고, 우리 팀에서 수조 만들기를 맡아서 진행하였다. 미얀마에 도착해서 실측을 하고 벽돌과 시멘트, 모래, 자갈 등 필요한 물품을 정리하고 보다 안전한 수조를 위해서 현지기술자와 함께 진행하였다. 이론만 아는 건축학과 출신 팀장으로서 수조 만들기를 진행하다보니 현지기술자와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고, 기초부터 미장까지 전부 참여하며 미얀마식 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지정리와 기초부터 미장까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정말 소중한 2주의 시간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해외봉사는 이와 같은 뜻밖의 선물을 많이 안겨주었다 

미얀마는 현재 개발도상국으로 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급격한 집중화로 인해 도로는 늘 차로 가득하여 이동시간이 길어졌는데, 나에게는 미얀마의 경관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늘 흥미로워 했던 것이 건설현장의 가설치물, 비계였다. 미얀마는 대나무를 짜서 비계로 사용하고 있어, 짓고 있는 건물이 휘어지게끔 보이는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또 다른 점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미얀마의 불교건축이었다. 미얀마는 불교국가로 대규모의 파고다들이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겸손하고 담백한 우리나라 전통건축과는 또 다른 미얀마의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균형 잡힌 불교건축의 섬세한 부분을 일상건물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앞으로 개발이 진행된다하더라도 이 모습들이 사라지지 않고 잘 보존되어 이어져나가 매력 있는 미얀마의 도시경관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내가 계획한 설계안이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더 나은 재생인지, 정말로 이런 장점이 있는지, ‘잘한설계인지 늘 고민해왔었다. 그리고 미얀마에서의 경험은 이런 뚜렷하지 않은 의문에 대한 하나의 답안을 제시해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시골초등학교에 찾아온 이후로 관심조차 받지 않았던 작은 초등학교에 마을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적막했던 마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가 직접 하는 일임에도 초등학교 안에서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고 함께 운동장에서 놀며 학교시설을 보수하는 그저 작은 활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활동이 마을 전체의 마음을 변화시켰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감동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축이 이런 것이었는데 왜 나는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잊어버린 걸까.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많은 사람들의 만남과 소통, 공동체의 변화가 바로 내가 추구하는 건축의 효과가 아닐까?’  

미얀마에서의 해외봉사를 통해서 다시금 건축에 대한 나의 관심이 되살아 난 것 같다. 봉사를 통해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마을의 관심을 만들어낸 경험과 미얀마에서 생활하면서 스쳐간 일상과 감정들을 기억하면서 내가 원했던 건축을 향해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건축을 해나가며 조금은 나태해진 나에게, 다시,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준 해외봉사였다 

한예솔 |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2015-02-16 15:47:00 수정 한예솔(hsj5316@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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