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0호 2017년 9월 26일(화요일)
IBK 기업은행
 
   
최종편집:2017-09-26 17:50  
칼럼·문화
시론 | 사설
칼럼 | 만평
건축사랑방
건축, 그 출발점에 서다
건축을 보다
타박타박
건축·문화예술촌
수필의 향기
 
Home > 칼럼·문화 > 타박타박
  제189호 8면    2015-02-16 15:36:03 입력
[타박타박] ⑱ 안도 다다오를 걷다, 그리고 머무르다
ab강주연 | (주)정동건축 건축사사무소

 

건축의 누드 작가, 권투선수 출신의 건축가, 기계과 고졸출신으로 여행을 통해 독학한 건축가, 1995년 프리츠커상 수상, 일본의 건축스타, 전 세계 건축학도들에게 오리엔탈 드림을 꿈꾸게 하는 사람.

안도 다다오. 일본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지극히 일본적인 것으로 세계적 대중성을 획득한 그의 이름 앞에는 이렇듯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특히, 가까운 우리나라의 대학생들 아니 어쩌면 기성 건축가들조차도 노출콘크리트를 외장재로 거리낌 없이 제안하게 될 때는 왠지 안도 다다오의 특허를 차용한 느낌과 더불어 안도 다다오의 미니멀에 가까이 다가선 듯 한 뿌듯함 마저 갖게 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어떤 건축가가 한 재료의 물성에 이토록 깊이 있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물론 여러 건축가와 학자들에 의해 그의 작품은 학문적으로나 사조적으로 분석되고 건축거장들이라 지칭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았음을 확인해주곤 하지만.

 

안도 다다오. 그는 일본의 거품경제가 종결되는 시기와 맞물려 세계 제일 부자나라, 가난한 국민들의 가슴에 일본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문화 대사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90년 이후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여러 지역에 지극히 안도스러운(?) 건축물을 구축하며 명성을 더한다. 근대 건축태동 이후 권력과 이데올로기가 올인(all-in)하여 지원하지 않은 예술가가 자신의 능력으로 이렇게 많은, 그것도 대규모의 작품을 어떻게 남길 수 있었을까 새삼 궁금해 졌다 

2014년 부산국제건축대전 수상자들과 건축가회 회원 및 가족으로 구성된 탐방팀이 맨 먼저 찾은 곳은 일본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시바 료타로의 기념관. 그를 찾아가는 길은 대표적인 소설 '언덕위의 구름'처럼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했다.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을 묘사하면서도 전쟁터가 됐던 근대 조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 일부 학자들의 비판이 있기도 한 그이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 ‘일본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글쓰기로 일본 젊은이들의 패러다임형성에 영향을 준 인물임에는 분명한 것 같았다.

 

시바 료타로 기념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두 거장, 시바 료타로와 안도의 만남이라니 공기 반 기대 반인 기분으로 기념관에 들어섰다.

창조의 원점이라는 주제로 세워진 노출콘크리트 기념관은 작가의 집필실과 응접실을 그대로 보존하는 한편, 작가의 문학세계로 이끄는 듯 한 빛이 쏟아지는 유리회랑을 걸으며 접근하게 계획되어있다.

안도는 시바 료타로가 남긴 2만여 권의 엄청난 장서와 미완성의 원고 앞에서 무한한 창조력을 직감했다고 회고하며 문학가가 사랑한 자연과 방대한 자료 그리고 작업실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이미지로 하여 후대의 사람들에게 극적인 자부심과 문학적 감성을 전하고자 하였다. 작가에 대한 그의 애정은 기념관 건립 이후 정원계획을 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설계에 대한 자료보존 뿐 아니라 시공 프로세스에 대한 정확한 사진기록이 빼곡히 남아 있는 것에서 일본인 특유의 완결성이 느껴졌다. 2만여 권의 책을 정교한 모듈로 만든 책꽂이에 꽂아 놓은 광경에 압도당하며, 문득 영화 인터스텔라의 마지막 장면 ‘5차원의 공간이 오버랩 되었다. 건축가는 이렇듯 시대를 앞서간 작가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S.T.A.Y’하며 읽으라는 뜻인 듯하다.

 

▲ 인터스텔라의 5차원 공간을 연상케 하는 책장 구조물들의 연결
 
▲ 높이 11미터, 3개 층을 차지하는 책꽂이와 2만여 권의 장서

 

효고 현립미술관

효고 현립미술관은 금방이라도 고베항을 향하여 매끄럽게 진수할 듯 단정한 기단부 위에 날렵한 지붕을 얹고 놓여 있었다. 이 건물 역시 완벽에 가까운 기하학을 구사하며 부분부분 긴장감을 갖게 하는 열림과 닫힘으로 자연을 투입함으로써 공간을 조화롭게 만들고 있다. 특히 계단이나 연결 브릿지 등이 건물의 표정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내외부의 동선 이동으로 사용자들의 발걸음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 볼륨 사이로 적절한 열림과 닫힘은 자연의 유입과 함께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 완벽한 기학학적 매스의 분절과 원형계단을 통한 외부공간의 흥미로운 동선

 

그의 건물은 세계 어디에 있어도 낯선 여행자 같은 분위기가 없다. 이 사이트 역시 바다를 조망하며 주변의 주거 건물, 오피스 빌딩들 속에서 잘난 척을 하지 않고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방문을 하고서야 그것을 알아채다니. 여행으로 건축을 배운 안도가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히메지 문학관

히메지 문학관은 왕후의 기품이 느껴지는 히메지성이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다이쇼 시대에 건립된 실업가의 별채를 허물지 않고 일부 건축물과 주요부위를 보존한 채로 증축하였다. 남관과 북관, 그리고 보케이테이로 구성된 히메지 문학관은 방문객이 문학관에 접근하면서 먼발치의 아름다운 히메지성의 전경을 바라 볼 수 있다. 북관이 건설되고 5년 후 남관이 증축되었고, 남관은 북관 및 부속건물들과 중심축을 공유하며 인공폭포와 외부계단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 남관 전면, 안도 다다오 특유의 낮은 수공간은 문학관을 더욱 정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너무나도 정직하고 순수한 형태의 매스들이 이루어내는 촌스럽지 않은 공간분할이 건축물의 담백함을 이끌어 내어준다. 때마침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남관 전면부의 낮은 수공간 표면에 북관의 전시관을 닮은 동심원을 그리고 있었다. 문인들의 작품세계와 지역의 문화를 함께 엮어 낸 것과 지역의 특색과 지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계획되어진 안도의 설계, 그 두 결단의 시너지는 오늘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를 뚫고 일본문학에 관심 없는 우리 같은 이국의 건축인들이 한적한 이곳을 찾아오게 한 이유였으리라.

 

▲ 보존된 보케이테이와 북관으로 향하는 긴 브릿지와 단차를 이용하여 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수공간 계획은 원경으로 눈에 들어오는 히메지성의 자태를 한층 고풍스럽게 해준다.

 

물의 절, 유메부타이(Awagi Yumebutai, 淡路夢舞台)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일본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세토내해의 동쪽 아와지시마(아와지섬)이다. 극락정토를 꿈꾸는 자들의 안식처인 물의 절과 안도건축의 종합선물세트이며 안도 다다오 자신의 꿈의 무대였던 유메부타이(꿈의 무대)를 만나러 갔다. 

물의 절은 빛의 교회 등과 함께 너무도 많이 알려진 종교시설 중 하나이다. 학부시절 트레이싱지에 도면을 베껴 그리곤 했었던 그의 유명한 작품들은 사이트에 진입하면서부터 이 벽은 몇 미터이고 이 계단을 내려가면 어디서 빛이 들어오고 색이 어떻게 변화되어 이용자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지만 언제나 기대이상의 감흥을 준다. 수공간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계단을 통해 지하세계에 도달하면 선명하게 전해지는 붉은 빛의 향연그 붉음과 따스함이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에 이 공간이 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물의 절은 물위를 가득 채운 오가연꽃과 함께 감상되는 것이 진리이다. 오늘같이 스산한 겨울에는 몹시도 쓸쓸한 기분이 든다.

 

▲ 안도다다오의 균제미와 수공간의 어우러짐은 상층부의 정원과 회랑에서도 나타나며 회랑을 걸으며 외부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유메부타이는 본래 간사이공항의 토사 채취지였던 아와지섬의 재생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으며 100헥타르(ha)에 달하는 넓은 토지에 국제회의장, 호텔, 공원, 식물원, 극장과 공원시설이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의 이 시설을 의뢰받고 간사이공항 인공섬을 조성하기 위해 폐허가 된 아와지의 자연을 회복하는 것을 대주제로 삼았는데 다행히 세토내해의 따뜻한 바람과 습도는 건축가의 꿈을 단기간에 이루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백 개의 단으로 조성된 외부정원공간의 하이라이트 백단원은 잘 어우러진 수공간과 함께 고베지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안도의 진심어린 마음과 일본의 정신을 상징하는 100여 종의 국화로 조성되어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인 손길을 받아 자라고 있다. 시설이 지역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되었다.

 

▲ 고베대지진 희생자들을 위한 안도다다오의 진혼곡, 백단원

 

아와지시마가 토사반출로 황폐해지고난 후 가장 먼저 논의된 것은 골프장 계획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였다면 그 계획을 밀어붙이기 위해 해외공모전을 펼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후두둑 퍼붓곤 입속에 들어간 우박 하나가 쓴 소금처럼 번진다.

 

좋은 건축물을 보고 배우고자 여행을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감동받는 부분은 사람이며,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환경과 맥락이다.

멋진 건축물을 설계하고 오래토록 남기고 싶어서 작업하는 내내 스스로를 재촉하지만 정작 마음이 따뜻해지고 자랑스러운 정신을 남겨야 하는 것이 건축가의 책임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의 꿈과 사라진 작은 섬의 자연환경을 지속하고자 한 그의 노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아와지시마에 펼쳐진 안도의 꿈의 무대를 마주하며 걷는 동안 어느새 맑은 하늘이 세토내해의 바닷바람에 밀려오고 있었다. 이제 나의 무대를 위하여 잠시 걸음을 멈추고 즐겁고도 따뜻한 건축의 꿈 앞에 머무를 때다.

  


강주연 약력 : 강주연은 인제대 가정관리학과와 부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부산대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석사를 부경대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디자인메이의 대표이자 주.정동건축 건축사사무소의 이사인 그녀는 현재 동명대와 울산대, 인제대에 출강하며, 건축설계 및 주거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밖에도 200012월 건축시공기술사를 취득한 바 있으며, 부산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위원, 부산시 사전재해평가 심의위원, 부산고등법원, 창원지방법원 외 9개 법원 감정인, 문화관광부 산하 꿈다락 건축문화학교부산지역 운영총괄, 부산건축가회 건축교육원 운영위원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부산건축문화 발전 공로상/부산시장 표창 등이 있다.

 

2015-02-16 15:36:03 수정 강주연(kjy8815@naver.com)
강주연 님의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c)건축사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TOP
 
나도 한마디 (욕설,비방 글은 경고 없이 바로 삭제됩니다.) 전체보기 |0
이름 제목 조회 추천 작성일

한마디쓰기 * 로그인 하셔야 입력이 가능합니다. [로그인하기] 이름 패스워드
평 가









제 목
내 용
자동방지
옆의 자동방지 코드를 입력하세요.
0 / 300byte
(한글150자)
 
 

한성모터스 화명전시장
IBK 기업은행
보도기획
2017 부산국제건축문화제, 부산의 건축…
2017 부산다운건축상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 선정
2017 공간문화대상, 광주폴리III 사업
‘부산포 개항가도’, 아시아도시경관상
대한건축사협회 제32대 회장선거 예비후…
잠재력 있는 신진건축사 8명 발굴
동명대 건축학과, 제36회 대한민국 건축…
건축물 온실가스 감축 정책 아이디어 공…
부산시, 공동주택 태양광대여사업 지원
많이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