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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7호 10면    2014-12-18 12:38:51 입력
[복지 환경 만들기] ② 복지의식, 복지환경 만들기, 복지마을 만들기
양성용 교수(yangsy@gdsu.dongseo.ac.kr)
 

[연재순서]
1. 건축과 복지가 만나다 (11)
2. 도시와 복지가 만나다 (12)
3. 교육과 복지가 만나다 (15년 1)


 

복지의식, 복지환경 만들기, 복지마을 만들기

 양성용 교수 | 동서대학교 디자인대학 환경디자인 전공
 

도시의 복지, 그 핵심은 … 모든 사람을 위한 공간, 모두를 위한 디자인
배리어프리(Barrier-free)에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 동안 복지보다는 경제성장 중심의 정책에 주력해 왔고, 그 결과 경제발전에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고도화된 경제성장이 곧 도시의 복지와 연계된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경제성장만을 위해 서민들에게 희생과 인내를 강요하는 비복지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놀랄만한 경제성장으로 각종 경제지표들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음을 실감나게 하면서도 아직 결식아동이 있고, 소외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온갖 사회적 차별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많은 장애인들이 존재하는 현실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렇듯 정책적으로는 사회복지에 많은 힘을 쏟고 있으며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고 있으나 시민들이 만족하는 삶의 질을 만들기까지는 요원하다 할 것이다. 이제는 행정적 지원의 사회복지라는 측면도 중요시하면서 도시의 하드웨어적인 공간환경적 복지도 병행하여 진행되어야 정신적, 신체적 만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에 있어서 하드웨어적 측면의 복지는 어떠한가? 시민의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하여 단순히 정책이나 제도만으로는 생활의 만족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도시 구조는 어떠한 것일까?

 

도시의 경쟁력과 복지?

삶의 질이 높은 도시의 공간적인 복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나는 도시의 경쟁력이라는 가치측면을 가지고 도시의 복지에 대한 우수성을 말하고 싶다. 도시의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도시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삶의 질이 높은 도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먼저 우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프랑스의 파리는 어떠한가? 파리는 예술의 도시”, “패션의 도시라고 불리는 만큼 그 문화적 영향을 세계에 지속하고 있고 관광도시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파리를 단순히 관광도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파리는 프랑스의 경제 중심지이며 세계 최고의 경제도시이다. 다국적 기업의 본사인 BNP 파리바, 토탈, 악사 등 세계 유수 대기업의 본사가 소재하고 있으며, 세계 500대 기업의 본사 수는 뉴욕과 런던을 앞질러 서양의 도시에서는 최다이다. 항공사인 에어프랑스, 자동차의 PSA 푸조 시트로엥 그룹, 세계최대의 상업용 항공기 제작회사의 에어버스, 의류 및 패션의 샤넬, 유통의 다국적기업인 까르푸 등이 바로 파리의 도시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파리는 누구에게나 알려져 있는 도시경쟁력의 많은 부분을 갖고 있지만 지금의 파리를 있게 한 근본적인 정책이 있다. 바로 1853년부터 20세기 초까지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재건설하였던 파리개조사업이다. 19세기 오스만이전의 파리는 중세도시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좁은 길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파리시민들은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렸고 루브르궁과 같은 역사적 건물들은 무질서하게 건축된 허름한 건물들에 포위되어 그 위용을 나타내지 못했다. 나폴레옹 3세는 1853년 오스만 남작(Baron Haussmann)을 파리지사에 임명하고 파리의 도시구조 개혁을 명하였다. 오스만은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최초로 도시 전체를 체계적으로 건설했다. 이전의 유럽 신도시는 주로 군주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아름다운 도시 건설에 치중하였으나 오스만은 도시 기반시설부터 도로체계, 녹지 조성, 미관 관리, 도시 행정에 이르는 도시의 건설과 운영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간과하지 않고 중세도시 파리와는 전혀 다른 근대화된 파리를 창조했다. 기차역과 주요 광장들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대로가 만들어졌고 도로 주위에는 오스만양식 건물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 밖에 노트르담 성당과 같은 기존의 역사적 건물의 대대적인 수리/보수가 이루어졌고 오페라 갸르니에 같은 후대에까지 빛날 건물들이 세워졌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오스만의 새로운 파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파리 시민들은 과도한 공사비용에 불만이 많았지만 파리를 방문한 많은 외국인들은 새로워진 파리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오스만의 파리개조사업이 놀라운 것은 19세기 중반에 건설된 도시가 한 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까지도 큰 변화 없이 훌륭히 도시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까지 유효한 파리의 도시 미학은 세계 각지에서 파리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사진1)

 

▲ 사진1. 오스만의 파리개조사업

 

두 번째는 스페인의 빌바오(Bilbao)이다. 빌바오는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의 하나로서 스페인 북부의 가장 큰 항구로서 철강산업의 중심항구이며 선박 제조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강을 둘러싼 항구와 공장들이 슬럼화되고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1990년 초, 시민들은 폐허화된 항구와 산업시설을 새롭고 아름다운 도시로 건설하기 위해 합심하였다.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시민들의 전통과 노력이 꿈으로만 가능하였던 도시를 진짜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만들었다.

빌바오의 도심재생프로젝트는 프랑스와는 다른 아주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빌바오를 상징하는 구겐하임미술관을 설계한 한 건축가의 위대한 발상과 창의적인 디자인이 도시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유명한 건축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게리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이 미술관은 쇠퇴한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세계적 문화 아이콘이 되게 했다. 비가 많이 오고 흐린 날이 많은 도시의 기후적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소재로서 녹이 슬지 않는 티타늄 패널 3만여장을 사용했다. 티타늄은 게리의 미래지향적 디자인과도 너무나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전통적 철강도시인 빌바오의 상징성을 잘 나타낸 재료이다. 즉 세계적인 미술재단인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과 조선·철강 산업의 쇠퇴로 위기를 맞아 도시재생을 도모하던 빌바오시, 그리고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만남으로 세계적인 문화도시의 랜드마크가 탄생한 것이다. 1991, 시작되어 7년 동안(설계부터 시공까지) 당초 예산의 1400%에 달하는 건축비가 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구겐하임미술관이라는 문화적 랜드마크의 탄생으로 한 해 10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남으로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빌바오 효과’(The Bilbao Effect)라는 단어가 생겼을 정도다. 미술관 개관 후 첫 10년 동안 16억 유로에 달하는 관광수입을 올렸고, 이후 빌바오를 새롭게 만드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이 계속 이어졌다.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지하철 시스템, 페데리코 소리아나가 설계한 유스칼투나 콘서트홀, 건축가&조각가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주비주리 다리 등이 들어서면서 빌바오는 문화예술도시·도시재생 건축학이 살아 있는 재생도시로서의 아이콘이 됐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빌바오의 기적인 것이다. (사진2)(사진3)

 

▲ 사진2.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 사진3.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전경

 

세 번째는 한 사람의 건축가에 의해서 도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사례를 살펴보자.

핀란드는 최근 북유럽디자인의 중심이 되는 나라이다. 이러한 핀란드가 디자인으로 유명하게 된 이유는 바로 가구 디자이너이면서 건축가인 휴고 알바 헨릭 알토(Hugo Alvar Henrik Aalto)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디자인은 건축이든, 가구나 기타 생활용품이든 나무를 주재료로, 직선이 거의 없는 자유로운 곡면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디자인들은 핀란드의 자연환경을 반영한 디자인으로 환경이나 자연이 점점 중요해지는 단지 핀란드의 지역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자연이나 환경을 고려한 가장 뛰어난 명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핀란드 곳곳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건물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일생을 성실하게 작업했던 건축가로서도 유명하며, 지금까지도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래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모더니즘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한 2010년부터 정부 주도 하에 핀란드의 산업, 경제, 문화를 선도하는 기존의 세 군데의 대학(헬싱키기술대학교, 헬싱키경제대학교, 헬싱키미술디자인대학교)을 합병하여 핀란드를 대표하는 알바알토의 이름을 붙여 알토대학교(Aalto University)를 설립할 정도로 알바알토가 갖는 핀란드에서의 상징적 의미는 엄청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핀란드는 바로 이 알바알토에 의해 세계적인 디자인 국가로 탈바꿈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도시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은 도시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진 도시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바로 도시의 복지의 선진화가 구현된 도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4)

 

▲ 사진4. 알바알토의 가구디자인

 

 

도시의 복지와 UD

도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도시는 이 모든 사람이 포함되지 못했다. 장애인은 말할 필요 없지만 정상적인 일반인들도 생활하는데 있어 불편하거나 쾌적하지 않은 도시의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정말로 인간을 위한 인간중심의 도시환경으로서 설계되어 있는지를 보면 우리는 기초적인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수많은 장애에 부딪히며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무장애도시는 무장애에 대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으로의 인식 전환에 기초한 도시이다. 장애인에 대한 분리와 배제를 전제로 배려의 차원에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통합과 자립을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제거하고 나아가 처음부터 이러한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 환경을 구성함으로써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살기 좋은 사회 환경, 도시 환경을 건설해야 한다. 물리적 장벽을 넘어 장애를 배제하고 분리하는 사회적, 문화적 장벽의 제거, 더 나아가 모든 것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배제된 통합의 도시이다. 이러한 무장애도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적 장벽의 제거를 넘어 총체적 도시 환경의 무장애화를 이루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다양한 주거환경, 각종 문화시설과 생활 편의시설, 공공시설에의 물리적 정보적 접근과 이용이 보장된 종합적 도시 설계, 통합교육을 가능케 하는 도시 시스템, 지역 사회에 통합된 사회복지 시스템은 물론 재난 방지와 구호 시스템에 있어서도 무장애의 개념이 반영된 도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도시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무장애는 물리적인 측면은 물론 다양한 비물리적 측면을 포괄하는 총체적 기획이고 실천이어야 한다. 이렇게 건설된 무장애도시는 모두를 위한 도시이다. 이미 장애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일시적 혹은 부분적 장애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일시적 부상자는 물론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장애도시의 실현은 공통의 요구이며, 또한 권리이기도 하다. 무장애도시는 사회적 약자의 구체적 요구를 정확하게 수용하고 실현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 약자의 실질적 참여는 무장애도시 실현을 위한 핵심적 요건이다. 이제 무장애의 개념은 무장벽(Barrier-Free)에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으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도시에 있어서 복지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 해답을 유니버설 디자인(모든 사람을 위한)이라는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보다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무장애(Barrier-free design)라는 개념을 중요시했는데 이것은 기존 환경을 편의에 따라 약간 개조해주는 소극적인 개념으로 물리적인 각종 장애물 혹은 태도와 관련된 다양한 유형의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제한적인 개념이었다. 현재에 와서는 이러한 제한적인 부분이 아닌 모든 사람이 어떤 것을 개조하거나 특별히 변형할 필요 없이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이 중요시되고 있다. 연령이나 신체적인 차이에 상관없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 그 목표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도시는 어떠한가? 간단한 사례를 들어 보자. 차로 옆 보도의 폭은 전체로는 1.5미터이나, 보도 옆에 가로수를 심어 가로수로 인한 보도의 통행가능 유효폭은 60~70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는 보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보도 위로 통행하기는 불가능할 뿐 만 아니라 정상인조차도 걸어가는데 많은 불편을 겪는 보도가 있다. 정말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보도를 만든 것인지 아니면 형식적인 보도인지 알 수가 없다. 보도에는 자연석 바닥재로 처리된 부분이 많다. 그런데 시공이 부실하여 연결되는 부분이 수평적이지 않거나 요철이 심하여 시각장애인 등이 걸려 넘어질 위험이 크거나 휠체어 등의 통행이 매우 곤란한 경우도 있다. 또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놓았지만 횡단보도와 보도와의 연결지점에 턱이 너무 높아 자전거도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도로 또한 많이 볼 수 있다. 누구나 장애여부와 무관하게 도시의 모든 공간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1항에서 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공공시설 및 교통수단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안전대책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의 내용이다. 또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의 규정을 보면,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보도 또는 접근로의 유효폭은 휠체어사용자가 통행할 수 있도록 2미터 이상으로 하여야 하고, 1.5미터×1.5미터 이상의 교행구역을 설치한다’. ‘보도 등에 가로등·전주·간판 등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교통약자의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도록 보행안전지대 밖에 설치하여야 하고, 보행안전지대 안으로 가지가 뻗은 가로수는 바닥면에서 2.5미터 높이까지 가지치기를 하여야 한다’. 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도시의 모든 공간은 유니버설 디자인(모든 사람을 위한)이 적용된 공간이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설계와 공사는 현행법을 기준으로 시공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위에서 밝힌바와 같이 실제로 완성된 환경은 보행이 불편하고 다니기가 쉽지 않다. 보도의 폭, 경사로의 경사도 등이 편의증진법, 하천법 등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계획의 중심에 사람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나 공간도 그것이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인간중심의 복지사회는 허구인 것이다. 그러므로 비장애인, 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은 같은 환경에서 누려야 한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보도턱 낮추기 등 현재 할 수 있는 여건 내에서만 장애인들의 입장을 반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 장애물 제거를 위한 부분적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배려에 기반한 특별대우로서의 편의시설 설치나 여건개선은 도리어 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편견과 배제를 낳고 있다. 이제 무장애라는 개념은 특별대우가 아니라 장애인, 노인, 아동과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로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자체가 제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도시환경으로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반시민사회에 함께 포용되는 것, 그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이념인 것이다. 그러므로 도시에 있어서 복지의 가장 큰 목적은 모든 시민이 조화되어 누릴 수 있는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도시의 모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지원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니버설 디자인(UD)의 핵심은 인간중심의 디자인으로 모두를 포함하기 위한 노력과 그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사회 환경의 메커니즘을 요구하고 있다. 배려로서 받는 권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용자들의 경험과 누구만의 이해가 아닌 모두의 요구를 반영하고자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의 기본개념은 도시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에 큰 역할을 할 것이며, 배리어프리가 가지고 있는 편의시설이 필요한 집단이라는 낙인을 없애주어, 물리적인 환경에서의 제약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까지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중심의 UD가 사회 전반에 걸쳐 인식이 확대되어 도입되었을 때,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환경을 촉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영역의 협력이 생길 때, 모든 영역의 환경적 제약이 제거되고 진정한 사회통합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배려를 전제로 한 편의시설의 설치나 여건개선이 아닌 처음부터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는 유니버설디자인으로의 도시환경의 전환을 통해, 물리적 환경 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장벽의 제거, 더 나아가 차별과 편견이 배제된 모두를 위한 도시 환경의 건설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시의 복지라 할 것이다.

 

글을 마치며

부산은 부산만의 지역성과 도시이미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부산이 추구해야 할 미래의 비전과 좌표에 대하여 과거의 적극적인 반성과 성찰에 대한 선행을 통하여 부산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가치를 습득해야 한다. 부산이 사회발전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기 위하여, 혹은 선진적 세계도시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정신과 실천능력을 배양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아쉽게도 부산은 도시에 대한 완성도가 높은 계획들은 많이 진행되었지만 UD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여 부산만의 실생활에 적용되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정책들이 많았다. 도시의 ‘UD에 대한 공부와 이해를 조금 만하였어도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이제는 정말 부산만이라는 특수한 도시의 성격을 반영하여 UD를 어떻게 지역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심과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UD 적용 초기에는 행정적/경제적 지원 그리고 시민들의 무관심 및 비협조 등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고 부산다운, 부산만의 도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도시복지의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2020의 부산발전계획을 통한 관광도시 해양도시라는 정책을 수립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말로 부산만의, 부산다운 해양도시, 관광도시로서 도시의 정체성을 갖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높은 건물이 건설되고 최첨단의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도시의 복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부산만의 도시이미지를 갖고 있는가? 그리고 만들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정말로 도시민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도시인가? 우리는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양성용 교수는 동서대 디자인대학 소속으로 전문분야는 환경디자인(경관/공공)이다. 현재 김해시 도시디자인 심의위원, 부산광역시 도시개발공사 기술심의위원, 부산시 교육청 색채위원회 자문위원, 경주시 경관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선인문화사, ‘유니버설디자인’(선인문화사, 2005), ‘유니버설디자인 사례집 100’(미진사, 2007), ‘디자인진로적성검사’(학지사, 2008) 등이 있다. 또한 주요 프로젝트 및 수상경력으로는 부산 해운대 환경관리공단 종합처리사업소 환경색채계획 부산교통공사 3호선 외부시설물디자인 및 설계 협성 보블리스 아파트 색채 계획 등 다수 김해시 서김해IC 환경조형물 공모전 2등상 수상 한국실내디자인학회 추계학술발표상 수상 등이 있다.

2014-12-18 12:38:51 수정 양성용 교수(yangsy@gdsu.dongse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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