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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5호 17면    2014-10-20 17:51:55 입력
[타박타박] ⑯ 의도한, 혹은 의도치 않은
ab추동엽 건축사 | cna 건축사사무소
추동엽 건축사(cna_arch@naver.com)

 

여행을 통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건축을 하는 사람의 눈으로 발견하게 되는 의도하였거나, 아니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괜찮은 풍경을 만날 수 있게 된다.

특히 여러 문명기술을 가진 현재의 시기가 아닌 아주 먼 과거에 속한 건축물을 보다보면 그 당시에 어떻게 하였을까 하는 궁금함이 정말 극대화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종교건축을 마주할 때 많이 나타나는데, 경건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종교건축물의 공간감과 비례감, 그리고 이를 통해 나타나는 의도한, 혹은 의도치 않은 공간의 느낌에 감탄을 금할 수 없을 뿐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동양의 종교시설은 각각의 공간이 가지는 영역성과 위계성, 그리고 그로 인한 중첩과 분리로 인해 나타나는 공간의 오묘함이 멋들어진다는 느낌이고, 서양의 종교시설은 하나의 거대한 오브제가 광장을 가지며 나타나고, 그 공간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공간감과 빛의 유입을 통한 경건함이 주가 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서양의 종교건축물 중에서도 교회만이 두드러지지 않고 공간과 공간의 영역과 위계, 그리고 진입을 통한 긴장감의 상승 등이 보이는 종교건축도 상당히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티칸시티의 성 베드로성당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당시의 장비와 기술로 어떻게 이러한 공간을 만들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곳이다. 아무리 미켈란젤로가 대단하다 하여도 지금과 비교하자면 미개하다 이를 수밖에 없을 그런 수준의 기술력으로 이렇게 경탄을 자아낼만한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이루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뿐이다.

 

▲ (좌) 에펠탑 (우) 에펠탑에서 라데팡스를 바라보기만 함

 

이번 여름, 가족들과 유럽을 다녀왔다. 20여 년 전 대학 시절, 건축을 하려면 유럽을 다녀와야 한다는 은사님의 말씀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을 가지고 힘들게 배낭여행을 다녀왔었는데, 이번에는 여행사를 통한 팔자 편한 2번째 여행이었다.

일정 중 바티칸시티가 속해 있어서 전날에 아들과 아내에게 바티칸시티에 가면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베드로성당과 그 광장을 볼 수 있는데, 그 웅장함은 진입할 때부터 사람이 주눅 들게 해. 그런데 막상 광장 안에 들어서면 갑자기 열주의 원형공간이 쭉 둘러싸고 있는 느낌이 너무나 편안함을 느끼게 해서 종교를 가진 자이든 아니든 누구나 감상에 젖을만한 공간이거든. 아마 그 곳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일거야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를 늘어놓았다.

 

▲ 성당을 이렇게 보며 들어와야 하는데…

 

 

그리고 다음 날 바티칸시티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입장을 위한 줄을 서 한참을 기다렸다. 아들 녀석이 덥고 짜증난다며 투덜거리는데 잠깐만 있어봐, 저기 저 문만 지나면 정말 멋진 광장이 보일거야. 아마 한 순간에 모든 불편함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거야. 아빤 너보다 조금 나이가 많을 때 기차역에서 내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참을 걸어오다 이 곳 광장에 들어서고는 너무 멋져서 울 뻔 했다니까라고 달래며 또 한참을 기다렸는데, 경계벽에 달린 큰 문을 하나 지나더니 바로 옆 구멍에 딸린 문으로 들어가자 박물관이 바로 나왔다. ‘어 이게 아닌데하는 순간 인파에 휩쓸려 이리저리 쓸려 다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 벽화를 쳐다보다, 베드로성당으로 들어갔다가 그 유명한 베드로광장으로 나오고 말았다.

 

▲ 베드로광장과 진입구


▲ 베드로성당을 등지고

 

그랬다, 이건 일반인과 하는 묶음여행이었다. 가이드와 인솔자는 가장 경제적인 시간과 동선으로 이곳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미켈란젤로의 의도와 고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힘들게 걸어오며 좁은 공간을 지나 원형의 광장을 통해 성당과 교황을 바라보며 미사를 올리는 것은 종교인이나 순례자에게 또는 배낭을 메고 오가는 진짜 여행자에게만 허락된 것이지, 편하게(하지만 전부 다 일정이 많아 피곤하다 함) 여행 온 여행자들에게는 의도하지 않은 공간과 동선이었던 것이다.

정오를 한참 지난 베드로광장에서 열주공간과 그 가운데 있는 진입구를 가리키며, ‘힘들게 저리로 들어오며 이 광장을 접하게 되면 정말 그 느낌이 좋은데, 우리는 옆구리로 들어와 거꾸로 나와서 보니 참 기분이 이상하네!’라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시간을 가지고 따로 여행을 한번 와 보자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독일 퓌센, 백조의 성 노아슈빈스타인

 

설계를 하다 보면 여러 생각과 고민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후에 다른 용도로 쓰이거나 건물을 소유한 이에 의하여 이유 없이 바뀌고 만 경우, 무척이나 마음이 아픈데, 이상한 경로로 들어와 보고 가는 우리를 보고 미켈란젤로가 마음 아파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의 건물은 전 세계의 다른 많은 이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으니 마음 아파하지 마시길 바란다. 다음에는 제대로 와서 당신의 의도대로 움직여보겠다고 말이다.

 

추동엽 건축사 | cna 건축사사무소

 

2014-10-20 17:51:55 수정 추동엽 건축사(cna_ar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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