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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4호 10면    2014-09-18 18:39:42 입력
[건축, 그 출발점에 서다] ㊴ 아름다움을 그리다
ab이지홍 |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


 

페이스북이라는 동기화에 최적화된 플랫폼과, 구글이라는 강력한 검색 엔진이 생기면서 우리는 원하는 정보와 이미지를 도서관, 해당하는 특정장소에 가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 네트워크로 인해 탈 영토화 된 새로운 세대인 우리에게 아직도 건축 답사 혹은 여행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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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초반에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고, 접근성 또한 낮았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서 건물과 도시를 보는 것이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정보습득의 방법이었다. 그들은 낯선 도시에서 자신이 감명 받은 아름다운 대상 앞에서 스케치하고 글을 쓰며 자신이 직접 정보를 재생산했을 것으로 추정 된다. 하지만 서두에서 밝혔듯이 현재 정보는 쏟아져 나오고, 또 원본을 복제하는 방법이 손쉬워짐에 따라 더 이상 관찰자를 통한 정보의 재생산이 이뤄지지 않거나 미미하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명의 건축가로서 새로운 정보를 재생산하고자 유럽으로 떠났다.


 
나는 정보를 재생산 할 방법으로 스케치를 선택했다. 스케치의 좋은 점은 우선 대상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그림실력(정도)을 떠나 창조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입맛에 맞게 대상에 요소를 추가하거나 지울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스케치에 그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최소 5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오래 볼수록 좋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더불어 스케치를 위해서는 평소와 다르게, 대상의 미시적 요소와 거시적 요소를 한꺼번에 생각해야 되며 그것들 간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이외에도 스케치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나의 첫 그림은 비행기 안에서였다. 비행기 안에서 그 동안 죽어있던 손을 깨우기 위해서 무작정 그림들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나의 그림실력은 형편없었다. 이후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을 그려 보았는데, 실제로 보이는 것을 작은 스케치북에 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낙담을 하였다. 다음날 하기야 소피아 성당을 그리고자하던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천천히 시작하였다. 비교적 형태가 자유로운 자연물과 폐허성이 깃든 장소들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기 전날 그리스가 남긴 유적 앞에서 마침내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 폐허성이 깃든 그리스 건축과 아름다운 섬들을 스케치북에 담았다. 그리고 동유럽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곳 광장 가판대에서, 아름답게 그려진 시나이 펠레스성을 보았다. 비록 조악한 기념품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그린 사람은 유화, 목탄, 수채화, 연필, 펜 등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성을 그렸다. 그 사람은 그 성을 보지 않고도 스케치북에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생계 때문이긴 하지만 그들은 하나의 대상을 수년간 그린 장인이었다. 그때부터 관광지 주변에서 팔고 있는 그림들을 유심히 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나의 그림 선생님이었다. 이렇게 나는 내가 보는 아름다움을 좀 더 세련되게 담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50일 가량 지나, 오스트리아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나는 보이는 것 이상을 그리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찼었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온전히 보는 것에 집중했다면, 그때부터는 대상으로부터 오는 감정을 스케치에 표현하고자 했다. 그림은 이제 왜곡이 되기도, 상상이 추가되기도, 새로운 구성안에서 그려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독일에서 회색톤의 마커들을 구하여 명암을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에서는 연작을 기획하여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고, 자신이 없던 사람들을 그림에 넣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그림을 그려 나갈수록 내가 좋아하는 혹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축, 도시, 예술작품, 분위기 등을 알 수 있었고 모호했던 나의 미적취향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움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스케치를 한 덕에 5개월 동안 120개의 그림을 담을 수 있었다. 이것들은 앞으로의 나의 건축에 있어서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저들은, 보고 있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다.” (영화 ‘imagine’ 맹인학교 선생님의 대사 중)

제대로 보기 원하는 그대에게 스케치를 권한다.

 

이지홍 |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

2014-09-18 18:39:42 수정 이지홍(222444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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