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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4호 10면    2014-09-18 18:35:18 입력
[건축을 보다] ㉕ 측간廁間
ab최기봉 | 부산광역시 북구 교통행정담당, 2014 부산건축문화해설사 아카데미 수강생

 

▲ 제주도의 해안 측간(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예로부터 처가와 함께 멀면 멀수록 좋다고 했던 그 곳. 빨간 망토 파란 망토 귀신, 몽당 빗자루 귀신이 사는 그 곳. 어린 시절 문을 열고 들어서면 코끝으로 확 밀려드는 악취와 함께 바닥의 시커먼 구멍 속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안절부절 못했던 추억의 그 곳.

우린 그 곳을 변소, 뒷간, 통시, 똥간, 해우소, 화장실 등으로 부르고 있으며 옛 문헌엔 廁間(측간, 칙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 이름만큼이나 다양하고 풍부한 얘깃거리가 많았던 곳이 우리네 화장실이었다.

옛 전설에 의하면, 그 곳에 사는 귀신을 측간신, 측부인이라 부르는데, 쉰 자가 넘는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상당히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귀신으로 전해지고 있다.

측부인은 매일 매일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세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화장실에 나타나면 깜짝 놀라서 세던 머리카락 숫자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화를 내고 그 사람을 해코지하여 넘어뜨리거나 심하면 죽게 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화장실에 갈 때는 멀리서 헛기침을 내어 측부인이 놀라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멋도 모르고 급하게 들어가다가 그 곳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땐 측부인에게 고사를 지내고 온 동네에 똥떡을 돌려 먹는 풍습이 있었다. 물론 나도 옆집아이 덕에 똥떡을 먹어본 적이 있다.

대학시절 전국을 여행하며 돌아다닐 때, 시골의 측간들이 지방마다 그 형태가 다름을 보고 무릎을 친 적이 있었다. 양반과 평민, 스님 등 신분에 따라 또는 지역에 따라 측간의 건축형태와 재료가 달랐던 것이다.

특히, 제주도에 갔을 때는 측간에 커다란 대나무 작대기가 있었는데, 그 용도가 똥돼지를 쫒는데 쓰인다는 걸 알고는 실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선암사의 아득하게 깊은 측간 아래를 보고는 아찔했던 기억도 남아있다. 이런 지경이었으니 그 당시 여성들이 시골 여행을 한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했었다.

이처럼 측간은 우리 실생활에 아주 밀접한 건축물이었고, 그만큼 다양한 형태와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던 곳이기도 하다.

10여년 전만해도 이러한 측간들은 우리 주변에 남아 우스갯소리로 자주 회자되곤 했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이후, 향기를 뿌려주고 음악이 흐르며 화장지를 상시 비치하는 공중화장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면서 우리의 측간들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화장실 선진국문턱에 닿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멀리하고 싶어 하던 측간이, 이제는 혼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조용히 사색하고 싶은 공간이 되었으며, “처가와 화장실은 가까울수록 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근한 공간으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유명 식당의 경우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화장실 디자인에 따라 사업 성공여부가 판가름 날 정도로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러한 공간의 변화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거문화를 발전시켜 오기도 했지만, 우리네 아름다운 전통과 정감을 가지고 있는 여러 공간들의 사라짐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중년 이상이면 비밀하나 정도 간직하고 있던 꿈꾸는 다락방.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장독대. 그리고 저녁마실 나와 이웃과 고구마 하나라도 나눠 먹던 골목길 평상

이렇듯 우리의 문화 속에 사라져가는 건축공간을 생각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오래도록 우리의 따뜻한 공간을 간직하고 추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마당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입장이다.

그 시절 우리 전통공간의 얘기를 들려주며, 그 보존과 활용방법을 함께 생각함과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의 현대건축공간을 체험하게 해주는 그런 역할의 마당. 그게 나 같은 건축문화해설사의 역할이 아닐까싶다.

난 오늘도 부산의 건축투어코스를 두고두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맛을 보고 소화시키기 위해, 측간(廁間)에 앉아 열심히 우리네 공간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고 있는 중이다.

  

최기봉 부산광역시 북구 교통행정담당
2014 부산건축문화해설사 아카데미 수강생

2014-09-18 18:35:18 수정 최기봉(kibchoi@kore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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