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호 2017년 7월 25일(화요일)
IBK 기업은행
 
   
최종편집:2017-07-25 16:19  
건축
작품소개 | 설계공모
탐      방 | 설계노트
설계경기결과 | 스케치, 건축사의 언어
 
Home > 건축 > 스케치, 건축사의 언어
  제184호 7면    2014-09-18 17:38:39 입력
[스케치, 건축사의 언어] ㉖ 미완의 스케치를 위한 변명
ab이종민 건축사 | 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
이종민 건축사(j7139@hanmail.net)

 

 

미완의 꿈은 슬프지만, 그런대로 소중하다. 거기엔 성급함과 오만에 대한 반성의 여지가 남아 있을 것이며, 그러한 태도는 완성을 향하여 치닫는 건축의 진면목이기도 하다.

봄볕이 좋은 2001년 봄. 어느 미술품 수집가가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림에 청사포를 제압하듯 우뚝하니 도드라지려는 욕망에 찬 나의 40대가 그대로 보인다. 더 낮아지고 공그러져야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무리였겠지. 의욕만 앞서던 시절의 그 또한 좌충우돌했다. 그는 결국 땅을 매입하지 못하였고, 나의 그림은 스케치북으로 잠수해야만 했다.

그가 달맞이 언덕의 어느 부지를 가지고 다시 나타난 것은 2013년의 가을이었다. 나이가 70에 가까워진 그는 여전히 꿈을 버리지 못하였고, 내게도 그 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왔다, 집이 있는 부지라는 것이 청사포 때와는 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커피를 마시는 동안 즉석에서 스케치 한 장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게 우리의 방식이었으니까.

 

며칠 후, 한 장의 그림을 더 건넸다. 눈이 침침해지고 손도 게을러진 반면, 도구가 개발되고 발전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요즈음 모두가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니 진보란 참 편리한 것이다. 그에겐 경이로운 방법이 될 터이고, 그 틈에 나는 세련을 가장할 수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어째, 이소장 답지 않소!” 그 또한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웠던 것일까?

 

그리고 한동안 시간이 또 흘렀고, 이번엔 드디어 그가 땅과 건물을 매입하였단다. 하지만 어째 그의 태도가 심상찮다. “아무래도 이전 같지 않아. 그림도 슬슬 정리하고 몇 점만 두고 볼 작은 화랑 하나면 족할 것 같아.” 결국 그는 건물의 대부분을 수리하여 레스토랑으로 임대를 내었고, 나는 지하의 한 구석에 열기로 한 작은 화랑의 다섯 평 증설을 위한 계약서를 썼다. 이번에는 연필 스케치를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컴퓨터로 채색을 하고 용도변경을 위한 심의준비를 마친다.

따지고 보면 늘 이런 식이었다. 건축주의 의지에 종속된 건축가의 꿈은 대체로 슬픈 것으로 종결되곤 하였다. 이런 날은 여지없이 이전의 손 스케치들을 꺼내어 보지만, 홀로 뇌까리는 물음이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너는 여전히 건축과 대면하여 반성하고 있으며, 오만을 다잡고 있는 중인가?” 이번에도 상황은 내가 더욱 공그러져야 하는 쪽으로 흐르려나 보다. ㅋㅋ... 그게 건축가의 원초적 비애라고?

 

이종민 건축사(j7139@hanmail.net)
이종민 건축사 님의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c)건축사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TOP
 
나도 한마디 (욕설,비방 글은 경고 없이 바로 삭제됩니다.) 전체보기 |0
이름 제목 조회 추천 작성일

한마디쓰기 * 로그인 하셔야 입력이 가능합니다. [로그인하기] 이름 패스워드
평 가









제 목
내 용
자동방지
옆의 자동방지 코드를 입력하세요.
0 / 300byte
(한글150자)
 
 

한성모터스 화명전시장
IBK 기업은행
보도기획
지역건축전문가의 새로운 도약 기대해
부산 청사포, ‘2017 국토경관디자인대…
도로공간의 입체적 활용을 위한 아이디…
HOPE with HUG, 20호, 21호 희망 나눔 …
(사)부산국제건축문화제 서용교 신임집…
‘2017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 공모
부산시 ‘도시재생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지중건축, 땅 속에서 산다면?
부산도시재생이 한자리에, 부산도시재생…
공유의 시대, 도시재생의 새로운 가치와…
많이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