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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3호 11면    2014-08-19 15:03:20 입력
[타박타박] ⑮ 건축, 자연으로 스며들다
ab2014 부산건축가회 춘계건축탐방, 남해·통영일대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건축물을 설계함에 있어 고려해야할 요소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기능과 형태, 목적 등에 앞서 대지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가장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나 건축물이 들어서야 할 자리가 천혜의 자연경관과 맞닿은 곳이라면, 대지주변 환경등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러한 고민을 훌륭히 풀어내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축물이 있다. 경상남도의 끝자락, 남해에 위치한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이 바로 그것. 물론 좋은 건축물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설계자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터, 남해의 경우 건축물이 주는 인공적 아름다움과 천혜의 자연경관이 공존하는 곳. 지역성을 고수하는 한편, 그 가치를 배가시킬 줄 아는 곳이라는 지역의 도시건축에 대한 기본생각 또한 든든한 뒷받침이 되었다.

한국건축가협회 부산건축가회(회장 신호국)2014춘계건축탐방지로 남해를 선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721일 진행된 탐방에는 20여명의 회원이 참석했으며, 남해와 통영일대의 주요 건축물을 답사하며 다양한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첫 방문지는 남해 사우스케이프(Southcape) 오너스 클럽. 이곳은 패션 브랜드 한섬의 창업자인 한섬피앤디 정재봉 회장이 공들여 오픈한 골프 리조트로 세계적인 코스와 최고의 풍광, 시설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고(最高)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설계 또한 국내의 내로라하는 건축가 조병수(조병수건축연구소)와 조민석(매스스터디스)이 맡았다.

시설은 크게 호텔 리니어 스위트와 클럽하우스로 구분되는데, 먼저 조병수가 설계한 리니어 스위트는 49개의 최고급 객실이 갖추어진 7개의 선형건물로 자연과 융화되도록 설계됐다. 주변 환경, 특히 대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건축을 만드는 조병수의 건축적 언어가 역시나 돋보인다. 긴 상자들을 어슷하게 겹쳐놓은 형태에는 주변의 기적 구릉의 망에 대응하고 이를 건물내부로 끌어들여 하나의 유기체로 만들려는 의도가 반영됐으며, 밝은 빛의 매끈한 콘크리트 마감이 그 효과를 배가시킨다. 객실과 복도내부의 마감은 공간의 연속성을 극대화하며, 전 객실에는 바다를 향한 창이 크게 열려있어 탁 트인 전망과 바다의 조망이 가능하다.

 

▲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호텔 리니어 스위트

 

▲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호텔 리니어 스위트

 

▲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호텔 리니어 스위트

 

절제된 형태의 리니어 스위트와 달리 조민석의 클럽하우스는 열 십()’자의 형태를 갖는다. 옥외로비를 중심으로 사우나동과 식당동이 분리돼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전체를 덮고 있는 백색 콘크리트의 지붕 처마. 3차원 곡면을 그리고 있는 지붕면은 백색 파타일의 마감으로 마치 남해 바닷가에 어른거리는 물결의 반짝임을 연상케 한다. 내부 할 것 없이 최고급의 자재, 가구, 소품 등이 총동원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10m짜리 통나무를 그대로 잘라 만든 로비 데스크의 카운터에서부터, 방송인 황인용이 수집한 LP와 아날로그 오디오 기기 크랑 필름 스피커를 갖춘 지하의 음악 감상실까지. 건물 곳곳에서 드러난 넘치는 위용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했다.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로 대표되며 빈축을 사기 일쑤였던 골프시설이 건축주의 지원과 건축가의 역량을 통해 자연을 품은 공간으로 거듭난 곳. 비록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제약이 있지만, 한 번쯤은 꼭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탐방단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통영국제음악당으로 향했다.

 

▲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클럽하우스

 

▲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클럽하우스 로비

 

통영국제음악당

통영국제음악당은 경남 유일(국내 네 번째 규모)의 시설로 아시아 대표 음악축제인 통영국제음악제국제음악콩쿠르를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발전시키고자 건립되었다. 설계공모를 통해 간삼건축의 안을 당선작으로 선정, 실시설계 등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준공되었다.

음악당에 이르면 통영시의 시조인 갈매기를 모티브로 한 외관이 눈에 띄는데, 통영 앞바다를 배경으로 두 마리의 갈매기가 비상하는 독특한 형상이다. 크게 1,300석의 클래식 콘서트홀과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구분되는데, 인접한 2개 공연장의 동시공연 시 상호 간섭이 없도록 로비를 분리하는 등 이용의 효율성을 높였다.

 

▲ 통영국제음악당 전경

 

▲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콘서트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향’. 흔히 접하기 힘든 4면 객석형태의 콘서트홀 계획으로 음향적 기본에 충실한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설계의 역점사항이 되었다. 마감재의 종류, 재질, 디테일 등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루었고, 그러한 세심함이 양질의 소리를 담아내는 그릇이 되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중심이 되는 공연장으로 여타의 공연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선사할 것이라는 설명에, 이상준 교수(동서대)오 솔레 미오(’O Sole Mio)’가 울려 퍼졌고, 이 교수의 열창에 탐방단은 잠시나마 더위를 잊은 모습이었다.

건물의 심장부인 콘서트홀이 양질의 성과를 낸 데에 반해 진입구로 이르는 외부로비, 건축물의 외부마감, 옥외 공간 등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이 갖는 고질적인 한계 때문임을 알기에 탐방단은 떠나기 전 추후 바뀌어나갔으면 하는 부분에 대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최상의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국내 최고의 공연시설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을 터였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부산으로 향하는 길. 류춘수가 설계한 박경리 기념관을 들러 잠시나마 박경리 작가의 문학세계를 만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은 끝이 났다.

 

▲ 박경리기념관 벽돌벽

 

자연과 건축, 불가분의 관계인 둘의 만남은 언제나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보다는 둘 사이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가장 정도(正道)에 가깝다는 사실. 모르는 이 없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는 건축이 시작된 이래 우리들의 오랜 숙제가 되어온 것일 터. 이번 탐방이 자연과 건축의 관계(경계) 그리고 둘의 조화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2014-08-19 15:03:20 수정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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