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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0호 13면    2014-05-19 17:05:23 입력
[타박타박] ⑬ 수국마을, 따뜻한 집에 산다는 것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나무나라, 수국마을

부산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수국(樹國)마을은 지난 50년간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는 사업을 해온 ()마리아수녀회의 복지시설 중 하나이다. 80년대에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형 기숙사는 지난해 9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수국마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무 '()'와 나라 '()', 즉 나무나라 뜻이다. 꿈을 가진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각각 한 그루의 나무이며, 그 꿈나무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8채로 구성된 꿈의 집, 각 집 앞에는 과일나무 한 그루씩이 심어져 있다. 그리고 집마다 키우는 과일나무 이름을 따서 집 이름을 붙였다. , 석류, 무화과, 매실, 사과, 자두, 대추, 모과. 아이들이 키운 나무는 시간이 흘러 집으로 찾아올 그들을 위한 이정표다.

 

▲ 수국마을 전경

 

양육이 아닌 자립을 위한 집

"집을 좀 고쳐야하는데"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군대 막사를 연상시키는 낡은 기숙사를 고쳐 아이들의 생활환경을 좋게 해 주는 것이 처음의 목표였다. 3부터 고3까지 100여명의 여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 그리고 좋은 설계자와의 만남은 생각지도 못했던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아동복지시설이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양육이 아닌 자립을 위한 집으로 재탄생한 수국마을. 결코 흔하지 않은 선택, 쉽지 않았을 과정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값진 결과를 만든 그 곳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난 12일 수국마을을 찾았다.

수국마을에서 이장 수녀로 통하는 셀리나 수녀는 제한된 공간에 아이들이 많다보니 결코 환경이 좋을 수가 없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아이들의 개인적인 생활과 공간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더불어 식사부터 생활비의 관리까지 대부분이 중앙집중식으로 이루어져왔기에 졸업 후 자립을 해야 하는 아이들이 염려되었다. 이에 조금 더 자율적이면서, 자립성을 길러주기 위한 공간을 원했다며 집을 짓게 된 배경을 전했다.

 


 

소통의 건축, 소통의 공간

설계를 맡은 건축사사무소 오퍼스(공동대표 우대성, 조성기, 김형종)와의 인연 역시 특별했다. 공동대표인 우대성 건축사가 벌써 10여 년 간 마리아수녀회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던 것. 대부로서 연을 맺은 학생과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씩 통화를 할 정도로 아이들의 삶에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 우 건축사는 이미 서울에서도 500여명이 사는 집의 리모델링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

셀리나 수녀는 우 건축사를 거주하는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거주자인 수녀들과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용하려 노력했다. 백 여 차례가 넘게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한 뒤, 그를 수렴해 그림을 그려 나갔고, 또 그 그림을 토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발전시켜나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막바지단계에서는 모델하우스를 지어 미리 공간을 경험해보도록 하는 등 계획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의견 조율의 시간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나 많은 고민을 한 것은 관리의 부분이다. 아이들의 개인공간을 존중하면서도 사고 등의 위험에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절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고 셀리나 수녀는 전했다.

고심 끝에 생겨난 공간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구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1층에 아이들의 개별공간을, 2층에 거실과 주방 등의 공동공간을 계획함으로써 아이들이 생활함에 있어 감시나 통제의 느낌을 받지 않도록 의도한 것. 대신 아이들의 방에 들어가지 않아도 관리가 가능하도록 벽면, , 계단 등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이밖에도 두 집 사이에 책꽂이를 활용한 비밀의 벽을 설치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다락방과 벽면을 활용한 칠판 등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담아냈다. 또 마당, 사랑방, 데크, 기도실 등을 마을 구석구석에 배치하여 집 밖에서도 수녀들과 아이들 상호간에 많은 이야기가 피어날 수 있도록 했다.


 
▲ 사과나무집 공동공간

▲ 감나무집 공동공간

 

하나의 울타리, 여덟 개의 지붕

그렇게 8채의 집이 옹기종기 모인 이곳 수국마을에서는 하나의 울타리, 여덟 개의 지붕 아래 새로운 가족과 문화가 생겨났다. 각각의 집에는 수녀와 사회복지사 그리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13~15명 정도가 섞여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이들은 집마다 가훈을 만들고, 자발적인 회의를 통해 한 달 생활비(지출)를 계획하고,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등 하루하루 스스로일어서는 법을 배워 나가고 있다.

학년별로 방이 구분되어있긴 하지만 여러 학년이 섞여 살다보니 아이들 간의 유대관계 또한 훨씬 좋아졌다. 마당 공간에서는 틈틈이 공놀이와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으며, 벽면은 때때로 스크린이 되어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며, 특별한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거주자를 최우선으로, 일방향의 진행방식 보다는 참여의 방법을 통해 수국마을을 만들어 낸 그 정성과 노력을 증명하듯,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아이들은 더 밝아지고 당당해졌다.

이 날, 동행한 공부성 건축사(루가 건축사사무소)기존의 건물을 허문다는 생각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 적은 돈으로 많은 효과를 내기를 원하기에, 내부 수리 정도의 수준에서 그치게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건축주의 수용여부를 떠나 건축사의 입장에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투자인 셈이다. 그런 열정이 지금의 집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다 내어놓고 설계에 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은데 곳곳에서 설계자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며 존경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 감나무집 옥상데크

 

▲ 사랑방, 셀리나 수녀와 공부성 건축사

 

이제 다가올 여름을 보내고 나면 꼬박 1. 지난해 수국마을의 개소식이 있던 10월의 어느 날, 마당 한 켠에는 마을의 이름과도 같은 수국꽃이 심어졌다. 이제 곧 꽃을 피울 마당을 바라보고 있으니, 은은한 수국향과 함께 수녀들의 깊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아이들을 위해 선뜻 자신의 것 - 수국마을은 은퇴 수녀들의 퇴직금 적립으로 예산이 마련됐다 - 을 내어 놓은 수녀들과 그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건축. “우리들을 기쁘게 하는 것은 지어진 건물의 시각적인 아름다움보다도, 건축에서 접하게 되는 선택 창안이다. , 직인의 업무보다도 그의 사랑과 사상이 문제인 것이다. 그의 업무는 항상 불완전한 것이지만, 그의 사상과 애정은 진실 되고 깊은 것이라던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의 말이 떠올랐다.

이미 만 명이 넘는 열매(졸업생)를 맺은 ()마리아수녀회. 기존에는 열매들이 찾는 센터가 따로 있었지만, 이 곳 수국마을에서 자립한 아이들은 훗날 고향처럼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생겼다. 마음을 다한 건축이 주는 울림은 오래도록 지속될 터. 시간이 흘러, 색색의 대문을 열고, 이곳을 다시 찾게 될 열매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 지어본다. 수국마을은 이토록 따스한 5월의 햇살을 꼭 닮았다.

 


수국마을 설계개요 : 설계 우대성, 조성기, 김형종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오퍼스) 설계팀 박유선, 양군수, 김종동, 이상대, 남성진, 황승호, 김희연 대지위치 부산 서구 암남동 5-2 대지면적 21,638.00용도 노유자시설 건축면적 1,056.72연면적 2,016.20건폐율 31.55% 용적률 76.57% 규모 (A, B) 지상2(C, D) 지상3 높이 (A, B) 9.18m (C, D) 9.94m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복층유리, 치장벽돌, 목재, 징크 주차 87구조설계 ()토담구조안전기술사사무소 시공 남흥건설주식회사 기계 우진설비기술사사무소 전기 명인SI엔지니어링 인테리어 ()모노솜디자인 건축주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

 

2014-05-19 17:05:23 수정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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