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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0호 11면    2014-05-19 16:37:03 입력
[건축·문화예술촌] ⑰ 도로명주소 안녕히들 쓰고 계십니까?
박삼근 건축사(271-8883@hanmail.net)

 

ㅂㅜㄷㄷㅜㅁhuwㅗㄱuㅁ ㄷㅗ q-qqk ㅈㅈhh.”

이게 무슨 뜻일까? 아니, 뜻은 고사하고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일까? 우리나라말이다. 우리 한글로 쓴 글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는 속담을 외솔 최현배 선생의 풀어쓰기 방법으로 적은 것이다. , , , , 등 일부 자음과 모음을 비슷한 모양의 영어 알파벳 W, h, k, q, u 등으로 차용하여 적은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글을 풀어쓰기 위한 연구가 활발했던 시절이 있었다. 풀어쓰기 연구에 앞장섰던 이는 주시경과 최현배 그리고 월북학자 김두봉이 대표적이었다. 모두 한글전용론을 주장했던 학자들이다.

한글전용론을 주장했던 이들이 훈민정음의 제자원리까지 파괴해 가며 풀어쓰기에 매달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편리함 때문이었다. 영어처럼 가로로만 쓰는 글자에 비해 한자처럼 음절 단위로 모아쓰는 한글은 필기나 인쇄에 있어 불편하고 불리했다.

타자기는 원래 영어 알파벳을 찍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로서 모아쓰기를 하는 우리한글이나 한자 같은 글에는 맞지 않는 구조다. 그런데 풀어쓰기를 하면 그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말을 영어처럼 가로로 풀어 쓰는 방법을 연구했던 것이다.

그리되면 타자뿐 아니라 활판인쇄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었다. 모아쓰기를 하면 한글 한 폰트 당 3,000여 개의 활자가 필요하지만 풀어쓰기를 하면 60자 정도면 해결될 수 있었고 서체의 창안과 집자, 조판도 용이했다.

필기의 편리함도 도모할 수 있었다. 필기구가 거의 유일한 개인 기록 수단이었던 그 시절, 영어 알파벳처럼 닿소리와 홀소리를 옆으로만 죽 적어 나가는 풀어쓰기는 영어의 필기체처럼 변용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어 필기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더불어서 풀어쓰기를 하면 자연스레 한자를 사용하지 않게 되어 한글전용을 앞당길 수 있다는 속내도 작용했으리라 본다. 이것은 한글전용론을 주장했던 학자들에게 한글전용을 앞당길 수 있게 하는 매우 매력적인 부가적 효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이런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글 풀어쓰기는 실패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그럴 필요성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한 점도 실패의 한 원인이었지만, 무엇보다 풀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서체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띄긴 했으나 모아쓰기가 가능한 타자기가 발명되었다. 게다가 곧 이어 출현한 워드프로세서는 일반 대중들의 기록문화를 필기 문화에서 타자문화로 바꾸어버렸으며, 모아쓰기에서 오는 서체의 부자연스러움까지 말끔히 해결해 줬다.

 

금년 11일부터 기존의 지번주소 대신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되었다. 도로명주소는 길의 종류를 폭과 차선에 따라 대로’, ‘3단계로 구분하고, 그 길이를 일정 구간마다 기초번호를 부여해 만든 주소체계이다. 기초번호 홀수는 길 왼쪽에 짝수는 길 오른쪽에 부여한다. 그리하여 도로명주소 ◯◯12번길 23”◯◯로를 죽 따라가다 기초번호 12번 구간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진 길이 12번길인데, 이 길로 들어서서 다시 이 길 기초번호23번 구간 중 왼쪽에 위치해 있는 집이란 뜻이다. 주소만 알면 누구라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든 주소 체계이다.

이와 같이 도로명주소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활용에 있어서도 매우 유용하고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번거롭고 여전히 불편하다. 정착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도로명주소의 기획단계에선 예상치 못했을 내비게이션이라 부르는 길안내 프로그램 때문이다.

우선 도로명주소는 지번주소에 비해 길고 복잡하다. 종속도로가 있는 골목이면 더욱 그렇다. 주소 뒤에 붙임표(하이픈 ‘-’)를 그어 번호를 하나 더 적어야 한다. “○○123”하면 될 것을 ○○1번길 23-45(○○)” 등으로 길게 적어야한다. 그래서 암기 또한 쉽지 않다.

주소도 이원화되어 있다. 나대지는 지번주소를, 건축물이 있는 부지는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를 함께 알아야 한다. 증축이나 기존 주택을 철거한 후 신축할 때는 건축 위치와 건축주의 주소가 동일하지만, 건축위치는 지번주소로 건축주 주소는 도로명주소로 각각 표기해야 한다.

도로명주소가 주소만 알면 찾아가기 쉽다지만, 도로 이름만으로는 어디에 있는 도로인지 알 수 없는 도로가 많고 찾는 위치가 무슨 동 어디쯤인지 연상하기도 쉽지 않다. 지번주소가 지번 위치를 나타내 주지 않아 찾기 힘들듯이 도로명주소도 1차종속도로나 2차종속도로인 샛골목의 위치를 모르면 찾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차량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입력이 간단한 지번주소가 유리한 건 당연하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3년도에 전 국민의 73%를 넘겼다. 2014년 현재는 80%를 넘어 섰을 것으로 본다. 유아나 문맹자를 제외한다면 거의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소지한 셈이다. 거기에 차량 내비게이션과 태블릿, PC도 있다. 그렇다 보니 주소와 하등 상관없이 만들어진 전화번호만 알아도 위치를 찾아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이런 마당에 도로명주소의 편리함이 부각될 리 없다.

직업상 현장 방문이 잦은 우리들이지만 도로명주소로 인해 편해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서류작성 시 불편함만 가중되었다는 볼멘소리만 들려온다. 그러고 보면 한글 풀어쓰기와 도로명주소는 닮은 면이 있다. 도로명주소, 다시 생각해 볼 문제 아닌가 한다.

 


박삼근 건축사 | 라인 건축사사무소

2014-05-19 16:37:03 수정 박삼근 건축사(271-88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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