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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8호 13면    2014-03-18 16:25:57 입력
[인물] [건축사탐독(探讀)] 행복을 짓는 건축
ab김성곤 건축사 | 성 종합건축사사무소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건축사탐독(探讀)은 부산·울산·경남건축사회 회원추천 및 부산건축사회 미관자문에 제출된 소규모 우수 건축물의 설계자를 대상으로, 편찬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선정된 건축사의 작품 및 건축철학을 소개함으로써 지역건축사의 작품 활동 장려 및 지역건축문화 창달에 그 목적이 있다.

- 편집자 주

 

 

이상일 편집주간 : 주요 설계분야와 특별한 업무 수주방식이 있다면?
김성곤 건축사 : 그동안 교육·업무·판매·의료시설 등을 주로 설계해오다 2012년 우연히 단독주택 3채를 연작으로 하게 됐다. 또 한옥의 설계도 함께 맡았다. 한옥의 경우, 산청에 위치한 종가집의 복원작업으로서 현재 공사가 진행(공정률 50%) 중에 있다. 반면, 지난해에는 주로 공장설계를 했다. 주택설계를 의뢰한 건축주들이 기업가이다 보니 공장작업으로 연결된 것이다.
로비나 말치레에는 재주가 없어 (수주는) 내게 설계를 했던 건축주의 소개가 대부분이다. 혹은 사무실 블로그를 통해서, 그리고 가끔 설계경기를 통해 수주가 이루어진다. 설계경기는 대규모보다는 중·소규모만 선별해 참여해왔는데, 그마저도 이제 설계경기의 환경이 바뀌기 전까지는 참여치 않으려 한다. 

이상일 : 최근 작업에 대한 소개?
김성곤 : 최근 미음지구에 공장건축을 완공했고, 곧 완공을 앞둔 곳도 있다. 그간 열악한 설계 및 공사비로 인해 공장설계의 기회가 없었는데, 지난해 완공한 '정안당' 건축주의 소개가 인연이 되어 설계를 하게 됐다. 미음지구에 가보면 지상에 나무 한그루 없는 공장이 많다. 물론 법적규제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말 삭막하기만하다. 공사비가 불문율처럼 정해져 있다 보니 건축물과 그 주변 환경에 대해 건축사가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동원특강 건축주의 경우, ‘일대와 비슷한 수준의 공사비를 준수하되, 차별화된 계획이라는 요구조건 외에는 설계의 모든 것을 내게 일임했다. 그렇다보니 공사과정에서도 건축 재료와 색상, 심지어 사무용가구, 커튼, 건물간판, 사무실명판의 디자인과 색상선택까지 관여케 되었고, 마감공사기간에는 상주하듯 했다. 공사비절감을 위해 실내외 마감재는 주변 공장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급자재는 사용되지 않았다. 다만 공장동은 창문디자인 등으로 균형감을 살렸고, 반복된 경사지붕은 먼 뒷산을 닮아 구조가 곧 디자인이 됐다. 반면 사무동은 겉모습보다는 공간의 설계를 중시했다.

설계를 할 때면 가장 먼저 어디를 비울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 빈공간이 때로는 평면의 중심이 되기도 하는데, 그 공간은 완전히 비워놓기도 하고 나무를 심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을 바라보도록 다()실을 배치한다. (사무동에 계획한) 다실의 목재 창에는 한지를 발랐다. 중정으로 쏟아지는 빛에 의해 나뭇가지와 잎의 그림자가 창 위로 한 폭의 묵화를 그려놓는다. 다실은 차를 마시는 공간일 뿐 아니라,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며, 그를 통해 공장건축에서도 사람의 온기와 자연을 느끼게 하고자 했다.


▲ (주)동원특강 사무동 전경

▲ (주)동원특강 중정

▲ (주)동원특강 외부전경


이상일
: 보편적인 공장사무동과는 달리 비워진 공간과 다실을 통해 감성적인 공간을 구현했다
.
김성곤 : 전통을 잘 접목시킨 현대건축을 만들고 싶다. 그렇다보니 이 시대에 맞는 건축을 하되, 전통건축의 가장 큰 특징인 마당의 개념과 정신을 비움의 공간등을 통해 담아내려고 한다. 비움의 공간은 자연이 머무는 곳으로, 건축에 자연을 도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건축은 자연과 인간을 소통케 하며, 그런 측면에서 서정적인 공간을 많이 만들어내고자 노력한다. 비워진 공간은 빛과 그림자, 물이나 나무 등의 자연이 주인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공간을 온전히 비워두기도 하는데, 그를 채워나가는 것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비워진 공간을 굳이 채우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꽃을 가져다 놓기도 하고, 수반을 두고 수초들이 커나가는 변화를 관찰하기도 한다
.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을 통해 거주(사용)자는 생명력을 또 삶에 대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건축에서 거주(사용)자의 행복은 중요한 부분이고, 건축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일 뿐 그를 가꾸어나가는 것은 결국 자신(사용자)의 몫이다. 다만, 그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없을 것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인 개입을 하기도 한다. ()동원특강이 그 경우였는데, 비워진 공간에 놓인 나무 한그루가 정적인 공간에 동적인 움직임을 더함으로써 여러 그루의 나무가 있는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를 전달한다
.


▲ (주)동원특강 중정

▲ (주)동원특강 다실


이상일
: 주택이든 공장이든 주로 중첩된 직선을 사용하는 듯 보이는데, 곡선을 회피하는 것인지?
김성곤 : 예전에는 곡선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지양하는 편이다. 직선을 사용하는 이유는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 건물의 외형보다는 공간의 설계가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간의 설계가 우선되어야하기 때문에 공간구획에 효율적인 직선을 선호하며, 무엇보다도 미니멀(minimal)한 건축 속에서 그 내부의 공간이 뛰어난 건축이 되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진해 안골동 단독주택 - 정안당

▲ 합천 단독주택 - 만허당

이상일 : 가장 어려웠던 시기와 극복방법은?
김성곤 : 앞으로도 작업을 계속해나가야 하고, 현재도 경제적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시기를 말하는 것은 더 훗날의 일일 것 같다. 루이스 칸이 창조는 역경 속에서 비로소 발견된다는 말을 지표했듯이, 어렵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작업을 한다. 건축사는 결국 건축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공간을 비우면 자연이 채우듯, 마음을 비우고 건축의 본질을 찾아 열심히 하다보면 힘든 상황도 풀리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상일 : 젊은 건축사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씀이다. 기억에 남는 건축주 혹은 작품이 있다면?
김성곤 : 지금 공사가 진행 중인 산청 한옥의 건축주다. 그는 전통건축에 남다른 관심과 애착이 있으며, 공사를 맡은 도편수 또한 국내 최고의 장인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최고가 아니면 안 되는 정신을 가진 이들로 그 어떤 사소한 부분도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의 좋은 경험과 정신을 배우고 있다. 

이상일 : 건축을 해나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성곤 : 건축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건축사를 크게 건축가와 비즈니스를 위한 사업가의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삶의 방식을 어떻게 택하느냐의 문제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건축가의 삶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민생고의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그 길을 누가 택할 것인가. 처음 개업을 하고 건축을 해나가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건축사로서 보람된 일인가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미음지구에 설계를 하다 보니 열악한 환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공사/설계비가 한정되어있어 그만큼 상황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설계비 낮추기 경쟁에 가까운 형국인데, 우리가 이를 방치한다면 시장의 질서는 물론 한 번 내려간 설계비를 다시 올리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앞으로 학생들과 후배 그리고 수련자들이 어떻게 일을 해나갈 수 있겠는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건축사로서의 자부심, 올곧은 정신으로 일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길을 걷게 되었고, 할 수 있는데 까지는 계속 부딪혀보는 것이 결국 건축사로서의 수명을 길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경제적 어려움 또한 스스로 개선해 나가야 할 몫이다.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해나가려는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일 : 무엇보다도 진솔한 건축을 해나가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앞으로의 활동방향은?
김성곤 : 올해로 내 (건축)나이가 서른이 되었다. 불과 몇 년 사이 국내 작업환경 또한 많이 바뀌었고, 나이가 들면 비록 동작은 느릴지 모르겠으나 창의력 등은 갈수록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건축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건축은 어렵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이며, 결국 묵묵하게 해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위대한 건축보다는 내 건축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공간을 만들 것을 다짐한다. 어떠한 용도라도 인간이 기거하는 건축은 중요치 않은 게 없다. 거저 주어진 작업에, 건축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뇌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 김해 정우빌딩                                               ▲ 김해 글로벌 어린이집

 

▲ 스케치 - 기장 내리 단독주택


▲ 스케치 - 삼수리 단독주택



김성곤 약력 : 김성곤 건축사는 미림건축 연구소에서 실무를 익혔으며, 1985년 성종합건축사사무소를 개설했다. 부산건축사회 건축학술위원장,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전임교수, 월간 우리주택논설위원 등을 역임 하였고, 현재, 도로교통공단 옴부즈만 운영위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기술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월간 우리주택에 건축에세이와 스케치를 연재하며 건축문화를 알리기도 했는데 그의 글과 스케치는 블로그 (blog.naver.com/sg8883)를 통해 볼 수 있다. 부산인력개발원 현상설계경기에 당선된 바 있으며, 2013창원건축대상제 표창장, 동래건축상 우수상, 사하건축상 금상, 부산건축대전 동상 3(9, 10, 11)를 수상키도 했다.


2014-03-18 16:25:57 수정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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