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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7호 13면    2014-02-18 17:24:50 입력
[건축을 보다] ⑳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ab김구택 | 연기자
김구택()


 

직업의 특성 상, 이곳저곳을 돌며 남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의 모습과 마주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한 연유로 풍경 속에 묻혀버린 건물들의 모습에 늘 시선을 두게 되었고, 나름 그 모습에 대한 개인의 기준이 생겨서 그런 것들을 골라보는 재미로 거리의 모습을 보곤 한다.

예를 들어, 동숭동의 대학로는 붉은 벽돌의 대학로극장과 마로니에공원으로 대표되는 약간은 오래된 듯한 고즈넉함과 멋스러움이 담긴 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극장과 광장,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이 하나의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는 이 거리에 새로 지어진 서울시청과 같은 모습의 건물이 온다면 마치 사원에서 혼자 클럽복장을 입은 것처럼 약간은 생뚱맞지 않을까?


▲ 남천동 벚꽃길


내 어린 시절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남천동이다
.

당시는 남구 남천동이었지만, 지금은 수영구 남천동으로 구 명칭이 바뀌어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같이 광안리 바닷가를 누비며 다녔고, 동네 주차장은 우리의 야구장이자 축구장, 그리고 술래잡기, 숨바꼭질, 오징어달구지 등등 수많은 놀이를 하는 다목적놀이터였다.

그 시절 차가 귀했기에 대낮 주차장에는 한 두 대의 차만 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멋진 놀이터였는지. 그런 추억이 가득한 동네의 일부가 지금은 완전히 그 모습이 사라져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얼마 전 재개발로 인해 기존 5층 높이의 아담하고 정겹던 아파트단지에는 고층의 아파트군이 들어섰다. 봄날 벚꽃 잎이 터널을 이루고 있던 그 길은 없어지고 현재는 차가 지나가면 왠지 제지를 받을 것 같은 어색한 길이 놓여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친구의 그 자전거를 따라다니던 낙엽 가득한 그 보행로는 이젠 흔적도 없다.

오래된 집을 헐고 새 집을 짓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내 추억의 크나큰 한 부분이 날아가 버린 것 같아 너무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유럽에서는 기존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데 굉장히 제약이 많다고 들었다. 물론 그런 식의 지나친 제한을 두어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방해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옛 것의 흔적을 남겨두어 추억에 잠길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너무나 많은 시간과 추억의 흔적들이 너무나 쉽게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김구택 |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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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8 17:24:50 수정 김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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