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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2호 12면    2013-09-17 16:36:52 입력
[건축, 그 출발점에 서다] ㉗ 교감 프로젝트 : 모노
ab셕경훈 | 부경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나는 졸업 작품 전시회를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이며, 길었던 대학생활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2014년도 졸업예정자이다. 20대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소비하였고, 그렇기에 학교로부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다양한 스킬과 전문적 지식들도 얻었지만, 무엇보다도 전공의 특성상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학교사람들과의 다양한 추억을 얻어가는 것이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그 많은 추억들 중 나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던 한 프로젝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당시 건축설계 동아리의 회장이었고
,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건축물의 용도만 바꿔가며 똑같은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던 학교설계 커리큘럼에 지루함을 느끼던 중이었다.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동아리 몇몇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심코 ! 뭔가 새로운 활동이 없을까?”라는 말을 던졌고, 이 말로 인해 수개월 간 재학생들은 물론 많은 졸업 선배들까지도 괴롭힌 사건이 시작되었다. 무심코 내던진 그 말을 흘려듣지 못한 친구와 동기들이 새로움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반응에 나도 신이 났고, 우리는 한참을 새로운 활동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결국 그동안 해보고는 싶었지만, 추진력이 부족하거나 용기가 나지 않아 시작도 못해봤던 몇 가지 일들을 기획했다. 그 중 하나가 우리의 생각을 제약 없이 표현하고 이것을 당당히 전시하는 것, 또 다른 하나가 우리가 계획한 공간을 실물로 만들어보고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아리 이름 모노리스를 따서 모노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도 붙였다.

그러나 새로운 활동에 들떴던 나는 주제와 방향이 정해질 때 쯤, 규모가 점점 커지는 모노 프로젝트에 부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에 들어갈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학교의 지원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인원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모노 프로젝트가 동아리 회원들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금전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전시회를 할 만큼의 퀄리티는 어떻게 뽑아낼 것인지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노 프로젝트의 규모와 진행방식 등에 대하여 재검토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모노 프로젝트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고, 우리의 열정이 식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모노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던 중 모노 프로젝트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계기가 생기가 생겼다. 다양한 경로로 모노 프로젝트에 대한 소식이 졸업한 선배들에게 전해졌고, 많은 선배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동아리의 졸업생, 재학생 회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모노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와 진행방식, 현실적인 문제점 등을 제대로 전달하고, 졸업한 선배들에게 지원을 받자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모노 프로젝트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선배들의 지원을 받기 위해 모노 프로젝트는 더 이상 단순히 지루함을 타파할 그저 즐거운 활동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동아리의 이름과 역사를 알리고 건축학과 학생들의 열정과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렇게 선배들의 조언과 금전적 지원을 약속받게 되었고, 선배들의 지원과 관심이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모노 프로젝트의 규모는 더욱더 커졌고,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모노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감을 줄어들 줄을 몰랐다. 부담감을 가지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일에 참여한 재학생들 모두가 큰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고 부담감을 이기기 위해서는 많이 노력하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모두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우리는 학교 도서관에서 6개의 소중한 작품과 1:1 스케일의 파빌리온 하나, 그리고 그 이외의 많은 것들을 전시할 수 있었다. 특히 파빌리온은 이용자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하면서 만들었는데, 실제로 파빌리온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앉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리저리 만져보기도 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너무도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첫 시도라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어쨌든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은 이때까지 해왔던 설계과제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처럼 우유부단하고 추진력이 약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들을 벌이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같은 마음으로 모이면 못해낼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새삼 사람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일이 이렇게 커질지도 모르고 함께 신났던 동기들과 친구, 끝까지 노력하고 버텨 준 후배들, 갑작스런 지원요청에 흔쾌히 도와준 선배들 덕분에 모노 프로젝트가 있을 수 있었다.

곧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될 텐데, 어쩌면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또 더 많은 새로움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모노 프로젝트가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과의 좋았던 기억처럼 앞으로 알아갈 소중할 사람들과는 또 어떤 새로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고 또 기다려진다.

석경훈 | 부경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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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동아리 Monolith 21기 / 19회 한국건축문화대상 입선
- 3회 친환경 건축디자인 공모전 장려 / 27회 부산건축대전 입선

 

2013-09-17 16:36:52 수정 석경훈(khsuk200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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