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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0호 11면    2013-07-17 16:44:33 입력
[건축, 그 출발점에 서다] ㉕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건축
ab유성인 |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유성인(yoo147@naver.com)

 

며칠 전, 친구가 고향에 다녀온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께서 연봉이 4천은 되는지 물어보셨단다.
연봉 4천은 턱도 없죠. 저는 돈을 보고 건축공부를 하는 게 아니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화를 내시며, 뭐먹고 살 거냐고, 돈이 되는 일을 하라고 하셨다. 그럼, 건축을 때려 치우냐고 물으니 돈 되면서 건축하는 일을 하라고 하셨단다.
친구가 말했다. “성인아, 너도 알잖아. 우리가 프로젝트 하나의 프로세스에서 쏟아 붓는 시간, 고통, 희열 말이야. 나한테 이런 말을 가볍게 던지시는 부모님과 그런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대한민국이 오늘따라 너무 밉다. ‘먹고 살기 힘들어도 하고 싶은 거 후회 없이 해봐라!’ 이 한마디면 되는데, 내가 욕심이 과한건가?”   
 

건축과 인연이 없는 보통의 부모님이라면, 흔히 일어나는 대화이다. 필자는 건축학과 입학과 동시에 부모님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건축학과에서 배우는 교과과정부터 작업문화, 그리고 아뜰리에, 중규모, 메이저급 등으로 나뉘는 건축사사무소의 규모와 그 특징 등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은 부모님들도 건축에 관련된 담론이나 공간건축이 어려워진 이야기, 어떤 아뜰리에에서 기가 막힌 설계를 했더라 등 건축에 관한 화두를 던지신다. 그 전엔 소위 대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회사에 내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돈 많이 버는 곳에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던 부모님이었다.  
 

필자는 건축을 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에서 내가 건축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찾는다. 성장이란 코드, 그 배움에 대한 갈망은 나뿐만 아니라 건축설계에 몸담고 있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원일 것이다.  
 

친구와의 대화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이 온다. “나 그만뒀어.”
건축을 시작하는 많은 이들이 수개월이 되지 않아서 건축설계를 포기한다. 그것이 단순히 5년 동안 작심하여 시키지 않아도 밤샘작업을 하고 혹독한 훈련의 과정을 거쳐 졸업을 맞이하고 들어간 신입건축가들의 멘탈이 나약해 빠졌기 때문일까? 실무에 첫발을 내딛는 예비건축가들은 바보가 아니다. 매일 밤새는 것? 익숙하다. 많은 돈을 받지 못하는 것? 당연히 안다. 힘들다는 것?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내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과 동시에 회사가 나를 소모품으로 취급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즉시 그들에게서 건축은 멀어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축가들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내용의 담론에도 말할 수 있는 지성과 능력이 겸비되어있다. 그리고 오픈된 마인드와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정말 그럴까  
 

작년 대통령선거 후, 당선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이루자고 말했다. 그 당시 한 건축가가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무슨 한강의 기적이야. 다시 한 번 독재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거야 뭐야라는 글을 SNS에 남겼고, 동료건축가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동의의 의견을 남겼다.
그 글을 접하고 머리를 무언가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건축의 출발점에 서있는 입장에서 보기엔 현재 기성세대가 기득권으로 있는 지금의 건축 환경이야말로 쌍팔년도의 환경인데 말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야근, 박봉, 그리고 소모품 같은 취급. “우리 때는 다 이런 식으로 건축을 배웠어. 그냥 하라면 해! 이것도 다 배우는 거야~ 쯧쯧하고 혀를 찬다. 그리고 도전의식이 없다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면 되지 않으냐고 한다.  
 

그럴 수 있다. 맞는 소리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야한다. 도전해야한다. 당연하다. 하지만 초등학생시절 꿈을 물어보면 열이면 열이 다 달랐던 나의 유년시기와는 달리 지금 초등학생의 꿈은 공무원이 제일 많다. ?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이미 3% 이하로 접어들었고 그것은 곧 블루오션이 거의 소비되었다는 말이다. 이미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득권이 형성되었다는 의미이다. 한 대 얻어맞고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자리를 찾아나가야 하는데 그 빈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건축 또한 태고에 디테일한 부분부터 가구, 건축, 도시까지 이르는 영역에서 경제적 논리에 의해 축소되었던 건축의 영역이 다시 확장되고 있는 실정 아닌가. 기성세대의 청년시절과는 사뭇 다르다는 말이다. 도전정신과 강한 의지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지만, 환경이 달라졌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 기성건축계의 모습, 그 또한 변해야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배움과 성장의 꿈을 향해 도시에 역사적 흔적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중무장한 이들이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들이다. 그들을 자꾸 몰아내는 건축은 나에게 일그러진 영웅이다. 건축학을 전공해서 다른 어떤 분야를 가더라도 그들은 어디서나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들이 건축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랑스럽다  
 

어렵겠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고 부단히 노력하여 건축을 떠나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물론, 기성건축가들 모두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탈건축을 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도 많은 이들이 건축 환경을 개선코자 노력하고 있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로서 함께 대화하고 소통한다. 하지만 아직 먼 길인 것만은 확실하다  
 

누가 나에게 그래서 네가 잘하는 게 뭐야?’ 라고 묻는다면 나는 지체 없이 건축판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어라고 말한다. 그 골자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건축하는 것을, 또 많은 동료들이 행복해하는 대한민국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건축은 사람에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진정 건축하는 사람들이 사람답지 못한 삶을 산다면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유성인 |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2013-07-17 16:44:33 수정 유성인(yoo1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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