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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68호 13면    2013-05-16 18:31:57 입력
[건축, 그 출발점에 서다] ㉓ 그럼에도 불구하고
ab최재훈 | (주)건축사사무소 앙코르

 

대학 졸업예정자 절반, 전공 선택 후회한다.”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된 기사이다. 전국의 대학교 4학년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두 명 중 한 명이 본인의 전공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전공과 다른 분야로의 취직을 위해서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유보한다는 기사였다.

조금만 생각해보니 비단 신문기사에서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함께 건축학과를 졸업한 동기, 후배들의 경우만 보아도 졸업 후에 건축사사무소로 취직하는 경우가 몇 명 되지 않았다. 여타의 대학생들 보다 길었던 5년 동안 수도 없이 밤을 지새워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만들며 건축을 공부했던 친구들이 왜 다른 길을 택하려 하는 것일까.

이유는 많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 적은 보수와 노력에 비해 낮은 사회적 평가 등등 더 말하자면 지금 이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노트북의 배터리가 아까울 정도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로 학교생활을 하는 5년 동안, 그리고 건축사사무소의 신입사원으로 일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러한 고민들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늦은 새벽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은 매번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보수가 적어도, 매번 마감기한에 쫓겨도, 잦은 야근을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공모전이나 과제를 하면서 작업을 마감할 때마다 얻는 성취감과 뿌듯함은 항상 다음 작업에 더 열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도 텅 빈 노란 트레싱지와 새까만 캐드 화면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설렌다.

건축을 포기하게 만드는 수 없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이 길을 계속 가보고 싶다. 건축은 나에게 풀고 또 풀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숙제와 같은 존재다. 이 숙제를 풀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그 해답에 가까워지는 그날까지 달려가고 싶다. 겨우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지만 내가 그리는 선들이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로 세워지게 되는 것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길을 걷는 예비 건축사들은 누구나 알 듯,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은 미워하려해도 미워할 수 없는 너무나 매력적인 일이다.

건축학도의 길을 걸어오면서 늘 생각하던 건축이란 관계 맺기이다. 과정에 있어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 건축주, 각 분야의 협력 업체들과 관계를 맺을 것이고 결과물을 따져보자면 대지와의 관계, 옆 건물과의 관계, 도로와의 관계 등등 수도 없이 많은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져가는 종합적 산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릴 적, 집 옆의 공터에 집이 지어지는 과정들을 지켜보며 건축이라는 놈과 관계를 맺게 된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벌써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아직도 내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멀다.

끝도 보이지 않는 먼 길의 출발점으로 선택한 앙코르와의 관계는 별 생각 없이 찾아간 배우 강동원씨 카페를 보면서부터다. 여느 건축학과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에 있는 이름이 알려진 큰 회사들에 지원하여 합격의 기쁨과 탈락의 아쉬움을 함께 맛보았지만 결국 마지막 나의 선택은 부산의 앙코르건축이었다. 서울에 비해 많은 것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부산에서 시작과 끝을 맺을 것이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내 건축인생의 첫 직장인 앙코르건축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고, 넓게는 내가 사는 이 부산의 모습을 조금씩 바꿔 나갈 수 있는 지역 건축가로 성장하고 싶다.

이 분야에 오래 종사하신 선배님들께는 철없는 신참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주저리 늘어놓은 글로 보일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그동안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또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 내 결심이 무뎌지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금 이 글을 꺼내어 읽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최재훈 | (주)건축사사무소 앙코르


 

2013-05-16 18:31:57 수정 최재훈(jhoonii_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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